[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차기 대권주자 경쟁구도에서 독주체제가 붕괴됐고, 야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광주에서 홀대를 당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 행사 참석 차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으나, 전야제에서 일부 시민들의 항의로 돌아서야 했던 문재인 대표의 쓸쓸한 뒷모습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문재인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8전당대회 이후 처음이다. 당 대표 선출 직전부터 대세론을 형성하며 지난 4개월여 동안 지지율 1위를 지켜왔으나, 공교롭게도 대표 취임 100일인 18일 2위로 떨어졌다. 특히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호남권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대표의 상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 손학규, 비주류 구심점으로 부상… 복귀 시점 관심 집중
해당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는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22.4%) 전 상임고문이 차지했다. 문재인(19.4%) 대표는 2위 자리마저 박원순(20.5%) 서울시장에게 내주고 3위를 기록했다.(광주·전남·전북 성인남녀 1000명 대상으로 유선전화 임의걸기 방법을 통한 ARS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6.1%)
사실상 손학규 고문이 문재인 체제의 가장 위협이 되는 변수로 등장했다. 4·29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 안팎에서 사퇴를 권유받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당내 갈등 봉합에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이른바 ‘손학규 대안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친노 중심의 역학구도를 재편하는 비주류의 유력한 구심점으로 손학규 전 고문이 제일 첫손에 꼽히고 있는 셈이다.
당내 손학규 전 고문의 역할론에 불을 지핀 것은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의원이다.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문재인 대표가 실망감을 줬다”면서 “손학규 전 고문이 당의 리더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손학규 전 고문이 문재인 대표보다 “정치 경륜이 많고, 좀 더 폭넓은 정치를 해왔다”는 게 그 이유다. 문재인 대표로선 뼈아픈 지적이다.
앞서 손학규 전 고문은 구 민주당의 위기 국면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007년 대선 패배 후 창당한 통합민주당과 19대 총선 및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통합당 출범에 일조했다. 때문일까. 당 안팎에선 현 새정치연합을 깨고 창당 수준의 새판 짜기를 해야만 손학규 전 고문이 칩거를 끝내고 여의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 호남 민심 향배 따라 문재인vs손학규 ‘리바이벌’ 대결 예고
이는 손학규 전 고문의 지지율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의뢰한 호남권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고문은 지지율 1위에 이어 신당 창당 시 참여를 희망하는 인사 순위에서도 1위(30.6%)에 올랐다. 정계 복귀설에 대한 손학규 전 고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권가도는 ‘청신호’가 켜졌다.
문재인 대표를 필적할 대상으로 손학규 전 고문이 부상하면서 일각에선 지난 대선의 리바이벌 대결을 점치기도 한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직을 두고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 바 있다. 관건은 또다시 호남 민심이다. 호남 출신의 대권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호남 민심은 요지부동이다. 문재인 대표는 경남 거제가 고향이고, 손학규 전 고문은 경기도 출신이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각각 부산과 논산이 고향이다. 대권의 동력이 될 호남 민심을 먼저 껴안는 주자에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