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양진석 저/소소북스/232쪽/1만4,000원/2015년 4월 25일 출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365일, 24시간 젊은 열기가 가득한 곳. 개성과 창의력이 넘쳐나는 곳. 문화와 예술, 인디정신이 숨 쉬는 곳. 바로 홍대 앞이다.

‘홍대 앞’은 단순히 홍익대학교 앞 대학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곳에 어우러져 있는 다양한 문화와 공간, 그리고 개성은 특정 단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온 말이 ‘홍대 문화’다. 시끌벅적한 클럽, 잔잔한 LP바, 다양한 문화공간, 개성 넘치는 옷가게, 소소하면서도 맛은 최고인 음식점과 술집까지. 홍대는 그야말로 모자이크 같은 곳이다.

또한 홍대 앞은 이 시대의 트렌드를 이끄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장 빨리 유행을 흡수하고 또 퍼뜨린다. 패션, 음악, 음식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가장 ‘핫’한 트렌드는 홍대 앞으로 모여들어 다시 전국으로 퍼져나간다.

이처럼 ‘살아 숨쉬는’ 홍대 앞 문화를 형성한 핵심 중 하나는 각양각색의 가게들이다. 작지만 알찬 가게들은 저마다의 맛과 메뉴, 분위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홍대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었고, 이는 ‘홍대 문화’의 훌륭한 배경이자 자양분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홍대 앞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홍대 앞의 명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수록 가게 임대료 역시 한없이 치솟았다. 우리 사회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자본주의’가 홍대에 드리운 것이다.

자연히 ‘홍대 문화’를 형성했던 원래 주인들은 홍대 중심부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매출이나 수익구조가 뛰어난 가게라기보다는 ‘질이 좋은’ 가게였던 탓이다. 그런 가게들은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홍대 앞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매력만점 가게들은 아예 장사를 접거나 눈에 띄지 않는 뒷골목 또는 상수역 부근, 연남동 등 홍대 외곽으로 밀려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차지한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체인점이었다. 그렇게 홍대는 여느 곳과 다를 바 없는 풍경으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의 저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홍대 앞을 꿋꿋이 지키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9개 가게를 조명하고 있다. 그 역시 ‘맛집·멋집’으로 유명한 ‘무명집’의 사장인 저자는 가장 ‘홍대스러운’ 주인장 중 하나다. 그의 장사 목표는 매출보다는 ‘오늘 하루 동안 좋은 친구 한 명만 사귀자’는 것이다.

그가 소개하는 다른 가게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게는 무명집을 비롯해 달고나, 곱창전골, 핸인핸버거, 올드 크로와상 팩토리, 치킨 인 더 키친, 크래프트원, BAR 삭, 헬카페 등이다. 홍대 앞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거나 가봤을 법한 곳들이다. 저마다 특유의 매력을 뽐내며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주인장들의 ‘정신’ 또한 남다르다.

저자는 이 가게들의 주인장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지나온 뒷이야기들과 성공비결 등을 담아냈다. 홍대 앞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들 가게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맛이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는 ‘나만의 가게’를 꿈꾸는 예비창업인들에게 훌륭한 조언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 창업주들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홍대 앞에서 장사합니다>는 단순히 홍대 앞 명소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홍대 문화와 사람 이야기, 그리고 당당한 노하우가 어우러진 이 책과 함께 홍대 앞을 새롭게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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