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가 중단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된 아우디센터 강남 공사 현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수입차들이 비싸고 불편한 A/S로 인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센터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우디는 강남 지역 주택가에 서비스센터를 오픈하려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서비스센터 확충에 제동이 걸리고, 이미지마저 구긴 아우디가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 평온한 주택가 속 흉물스럽게 방치된 아우디센터 공사장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린 27일,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근처는 신축 공사현장과 상가 분양사무소로 ‘신도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 뒤로 이어진 정갈한 신축 아파트 서초포레스타 5~7단지는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더욱 평온해보였다.

그렇게 500여m를 걸어가 작은 터널을 지나자 전형적인 아파트 단지 풍경이 펼쳐졌다. 서초 포레스타 3단지와 내곡지구 2단지였다. 아직 입주가 다 이뤄지지 않았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영락없는 주거지역의 모습이었다.

▲ 아우디센터 강남 부지는 아파트와 길 하나를 놓고 마주보고 있다.
▲ 2개의 교회 사이, 아파트 단지 내에 자리 잡은 아우디센터 강남 공사현장. 이곳에서 50여m만 가면 초등학교가 나온다.
하지만 곧이어 흉물스럽게 방치된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가림막이 너덜너덜 매달린 공사장은 아파트 놀이터 바로 맞은편, 그리고 두 교회 사이에 위치했다. 적막이 흐르는 공사장엔 아무도 없었고, 주변 풍경과는 전혀 다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특히 방치된 공사장은 자칫 안전사고를 일으키거나, 청소년들의 일탈 또는 범죄 현장으로 악용될 우려마저 자아냈다. 자물쇠는 헐겁게 채워져 있었고, 공사장 옆을 통해 얼마든지 출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공사장 가림판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무기력해보였고, 방치된 공사장을 감시 및 관리하는 인력도 전무했다.

▲ 아우디센터 강남 공사 현장은 관리인 하나 없이 방치돼있었다.
▲ 흉물스럽게 방치된 아우디센터 강남 공사 현장은 각종 위험에 노출돼있었다.
▲ 방치된 아우디센터 강남 공사 현장은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무색할 만큼 쉽게 들어갈 수 있어 안전사고와 범죄 등이 우려된다.
▲ 공사 중단 안내문은 비에 젖어 글씨가 군데군데 지워졌다.
이렇게 방치된 공사현장은 아우디 서비스센터가 지어지던 곳이었다. 시작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이 부지를 주차장 용지로 변경했다. 아우디 공식 딜러사 위본모터스는 SH공사로부터 이 부지를 분양받아 2013년 9월 주차전용건축물 신축 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곳에 들어서는 건물이 단순한 주차장이 아닌, ‘아우디센터 강남’이었다는 점이다. 주차장을 기반으로 하지만 자동차영업소는 물론 정비공장까지 갖춘 연면적 2만㎡(지하 4층, 지상 3층) 규모의 시설이다. 특히 국내 수입차 정비공장 중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해 주목을 끌었다.

아우디센터 강남은 지난해 9월 오픈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도색과 판금까지 가능한 이 시설에서 각종 환경오염은 물론 벤젠과 톨루젠 등 악성 발암물질이 배출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더구나 아우디센터 강남 부지는 초등학교와 불과 50여m밖에 떨어져있지 않았고, 아파트 단지 놀이터와는 왕복 4차선 도로를 놓고 마주보고 있었다. 또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적잖은 규모의 교회 2개도 아우디센터 강남 부지 양 옆에 들어서 있었다.

▲ 공사가 중단된 아우디센터 강남 내부.
▲ 공사가 중단된 아우디센터 강남 내부.
하지만 아우디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규정 상 전체 면적 중 30%는 부대시설로 사용할 수 있고, 이 30%에 정비공장을 들여놓은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또한 유해물질이 배출될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아우디 측은 이런 주장과 함께 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 2014년 7월 제동이 걸렸다. 주민들이 제기한 아우디센터 강남 건축 허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위본모터스와 서초구청 측은 즉각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허가 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의 판단은 아우디 측의 주장과 전면으로 배치됐다. 정비공장을 ‘주차장의 부대시설’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정비공장의 부대시설’이 주차장이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70%가량 진행된 공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아우디 측은 재판 과정에서 주민들을 회유한 정황이 폭로되고, 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에도 공사를 계속 진행하다 적발되는 등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아우디센터 강남 공사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둘러보면 알겠지만 이곳에는 아파트와 상가, 학교, 교회뿐이다. 왜 굳이 이런 곳에 정비공장을 짓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아우디 측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세곡동 부지에서 바라본 교회와 유치원. 노란색 원 안이 유치원이다.
◇ 학교·유치원·교회·노인복지시설 옆 정비공장?

주민들이 아우디를 향해 원성을 쏟아내고 있는 곳은 이곳 내곡동만이 아니다. 약 3km 떨어진 세곡동 주민들도 아우디를 노려보고 있다. 아우디 협력사들이 주택가 부지를 매입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아직 공사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세곡동 주민들은 아우디 측이 아우디센터 강남과 비슷한 시설을 지을 것으로 염려하며 주시하고 있다.

아우디 측이 매입한 토지로 알려진 곳에 도착하자 유치원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바로 옆에는 역시 교회도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부지와 유치원, 교회는 사실상 붙어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가까웠다.

이곳에서 다시 약 1km를 걸어가자 주민들이 내건 정비공장 반대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을 따라 언덕 위로 조금 올라가자 ‘아우디 입주예정 부지’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고, 바로 옆에는 서울시니어스타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시니어스타워는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각종 노인복지 시설을 갖춘 곳이다.

이처럼 내곡동 아우디센터 강남 공사장과 세곡동 아우디 부지는 모두 유치원, 학교, 교회, 노인복지시설을 이웃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빨간 원 안이 아우디 측이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자곡동 부지이며, 바로 옆 건물은 노인복지시설인 서울시니어스타워다.
◇ 서비스센터 확충 시급한 아우디, 깊어지는 고민

이런 상황에 속이 타는 것은 아우디다. 수입차 시장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A/S 시설 확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우디가 운영 중인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고작 25개에 불과하다. 47개의 BMW, 35개의 메르세데스 벤츠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또한 최근 3년간 판매된 차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아우디 서비스센터는 1곳당 2,500대가 넘는 차량을 담당해야 한다. 이 역시 2,100~2,200대 수준인 BMW, 벤츠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최근 전주 서비스센터 확장 이전 소식을 전하며 “AS 품질 및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말까지 서비스센터 15곳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 자곡동 주민들이 내건 아우디 정비공장 반대 현수막.
▲ 자곡동 주민들이 내건 아우디 정비공장 반대 현수막.
▲ 자곡동 주민들이 내건 아우디 정비공장 반대 현수막.
하지만 아우디코리아의 이런 다짐은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아우디센터 강남은 사실상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부지 이전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자칫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곡동 부지 역시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 서비스센터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우디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우디가 서비스센터 확충에 차질을 빚을수록 불편을 겪는 것은 아우디 고객들이다. 이와 관련 한 자동차 동호회 회원은 “아무리 좋은 차라 하더라도 크고 작은 사고나 고장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그때마다 엄청난 시간이 들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면 고객입장에선 차량 구입단계에서 심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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