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수협중앙회 자회사 부당 지원 의혹 조사 착수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은행을 분리하는 구조개편을 추진 중인 수협중앙회가 때 아닌 ‘갑질 의혹’에 휘말렸다. 수협중앙회는 공판장을 운영하면서 자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공판장에서 식자재도매매장을 운영하던 사업자는 “수협중앙회 측이 자회사 점포를 지원하는 바람에 매출 하락 등의 피해를 봤다”며 수협중앙회를 공정위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중앙회(이하 수협)는 자회사 수협유통을 통해 수산물을 주로 판매하는 ‘바다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수협유통은 2011년 ‘바다마트 사업’을 수협으로부터 이관 받아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전국에서 24곳 정도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바다마트’에 밀려난 기존 식자재도매업체 반발

그런데 서울의 한 공판장에서 때 아닌 ‘바다마트 부당지원’ 논란이 불거졌다. 사연은 이랬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4년 서울 외발산동에 위치한 수협 강서공판장 2층에서 식자재 도매 전문매장을 운영할 사업자를 모집하는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이에 같은 해 식자재 도매업체인 ‘비즈마트’를 개업했다. ‘식자재 마트 활성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수협 측의 말에 A씨는 적극적인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 수협이 공판장 1층에 운영하고 있던 바다마트의 업종을 비즈마트와 같은 ‘식자재 도매매장’으로 바꾸면서 분쟁의 씨앗이 싹텄다. 그리고 2008년에는 바다마트를 공판장 2층 비즈마트 옆으로 이전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새롭게 오픈한 바다마트의 매장보다 배 이상 컸다. 매장규모와 영업력에서 밀린 비즈마트는 이 기점을 시작으로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협이 바다마트와 일반 업체와의 임대료를 차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협이 비즈마트에는 평당 임대료로 6만원을 받지만, 2011년 자회사로 분리한 뒤에는 평당 1만~2만원만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협은 영세한 업체를 밀어내 고객을 빼앗고, 자회사를 부당지원한 ‘갑질 횡포’를 부린 것이 된다.

 

A씨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지난 2월 공정위에 제소했다. 공정위는 일단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지난 4월 중단됐다. 수협은 지난 3월로 계약이 만료된 비즈마트를 상대로 건물에서 나가달라는 명도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분쟁이 법정으로 넘어간 가운데,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실제 수협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조사 중으로 알려졌다.

◇ ‘공적자금’ 1조원 투입 수협, 상생 경영 도마 위

이에 대해 수협 측의 자세한 입장을 확인하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수협 측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A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협 측은 “바다마트 이전은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전 이후에도 비즈마트의 매출은 하락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차별 의혹에 대해선 “같은 층이라도 위치마다 임대료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수협은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곳이다. 그만큼 상생을 고려한 신중한 사업 운영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쓴 소리도 적지 않다. 사업 업종이 겹친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매장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들을 면밀히 고려해 입점 매장과 적절한 소통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수협중앙회는 앞으로 신용사업부문인 ‘수협은행’을 분리해 경제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용사업을 제외한 ‘지도경제사업부문’의 경우, 4년째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있다. 은행 부문이 떨어져 나가면, 수협중앙회의 사업 운영 능력도 본격적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