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회장의 심기가 영 불편하다.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따라 패하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반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의 꿈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금호가(家) 형제의 난이 결국 동생(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백일몽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 잇단 패소… 실속도 명분도 위태로운 박찬구

금호가(家) 형제의 난은 지난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까지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고, 경영악화로 인한 형제간 갈등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치열하게 서로를 비방하며 날선 싸움을 벌이던 박삼구-박찬구 회장은 급기야 재판까지 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첨예한 양측의 싸움은 최근 법원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게추가 일단 ‘형(박삼구 회장)’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우선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계열제외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패소하면서 사실상 계열분리에 실패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지난 2011년 3월 공정위에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지분을 소유하지 않았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 달라고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표면적인 소송 당사자는 금호석화와 공정위지만, 동생 박찬구 회장이 형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금호산업을 떼어내 사실상 그룹 해체와 형의 지배력 상실을 노렸던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소송은 무려 4년에 걸쳐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법원은 형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공정위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계열 분리를 노렸던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결국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여기에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경영 복귀’에 제동을 걸었던 소송 역시 최근 패소했다. 15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4부(부장 김상동)는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내이사 선임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박삼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잇단 패소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지게 됐다. 여전히 진행중인 소송이 적지 않고, 또 결과 역시 섣불리 전망하기 어렵지만 이들 싸움의 핵심이 ‘경영권’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은 결과적으로 ‘실속’을 챙기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수년간 계속되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다툼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은 물론, 기업 이미지 추락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합성고무의 수요 부진으로 인한 수익성 문제도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고민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의 꿈’에 한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그룹 모태인 금호고속을 인수한데 이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산업’ 인수에도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당초 금호산업 인수전에 호반건설이 뛰어들면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다행히 호반건설이 입찰에서 탈락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일각에선 금호산언 인수 자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박삼구 회장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아직까지 양측의 진흙탕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호가(家) 형제의 난’ 승기를 누가 가져갈 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실제 ‘금호’의 적통성을 가리는 상표권(브랜드)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고,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일정을 몰래 빼낸 혐의로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운전기사에 대한 수사도 끝나지 않았다. ‘배임혐의’로 피소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한편 금호석유화학 측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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