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항공기 102대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혹독한 겨울을 보냈던 대한항공이 공격적인 투자로 재도약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은 17일 파리에서 대규모 항공기 도입 소식을 전했다. 에어버스, 보잉과 총 102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사로부터 도입하기로 한 항공기는 A321Neo 50대다. 보잉사로부터는 B737MAX 50대와 B777-300ER 2대를 도입한다. 도입 시기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이며 122억3,000만달러가 투입된다.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이번 항공기 도입은 역대 최대 규모다.

해당 항공기들은 기존 B737NG 항공기를 대체하고, 수요 증가에 따른 중·단거리 노선 확대에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항공기들은 신기술이 적용된 친환경 항공기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A321Neo는 최신 엔진과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로 기존 동급 항공기들보다 15%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탄소 배출도 덜하며 정비 비용도 아낄 수 있다.

B737MAX 역시 최신 엔진과 함께 기존 날개보다 1.8% 연료를 더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윙렛(Wing-let)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동급 항공기들보다 20%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어, 좌석 당 운항비용은 약 8%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공격적인 투자는 최근 큰 위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양호 회장 일가가 엄청난 질타를 받았을 뿐 아니라, 대한항공과 국토부의 부적절한 연결고리인 이른바 ‘칼피아(대한항공+마피아)’도 드러났다.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모든 직함을 내려놓았을 뿐 아니라 구속되는 신세까지 면치 못했다. 항소심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쉽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힌 조현아 전 부사장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6개월간 대한항공은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와 신뢰를 모두 땅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는 고객 신뢰가 가장 중요한 항공업체에겐 직격탄이나 다름없었고, 일부 시민들은 대한항공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대한항공.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 계속 움츠려들기 보단 재도약을 위해 날개를 편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땅콩회항 사태로 대한항공의 이미지와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회복할 일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힘든 날은 다 지나간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역대 최대 규모 항공기 도입을 결정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좋은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과제는 남아있다. 오너 일가의 도덕성 회복과 사내 문화 체질개선이다. ‘땅콩회항’ 사태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 뿐 아니라 동생 조현민 전무도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오너 일가가 왕처럼 군림하는 사내 문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러한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땅콩회항 사태는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고, 극복이 불가능한 위기에 부딪힐 수도 있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파리에어쇼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자녀들에 대한 승계 문제를 언급했다. 조양호 회장은 “덮어놓고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어야 물려준다. 세 명이 각자 전문성이 있으니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며 “(자식들이) 눈물을 흘려보고, 찬밥도 먹어보고, 고생도 해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또 다른 과제 중 하나는 승계문제다.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너일가의 확실한 의식 개선이 필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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