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염화규소(SICL4)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전북 군산시 소룡동 OCI공장에서 직원들이 취재진의 정문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OCI 군산공장에서 화학가스 누출사고 발생해 인근 지역이 크게 들썩이고 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유해 가스 누출 사고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공장 측이 신고 절차를 지연하는 등 초동 대처에서 허점을 보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후폭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오후 4시 3분경 전북 군산시 소룡동 OCI 군산 폴리실리콘 2공장에서 원료 물질인 염화규소 (SiCI4) 62㎏가량이 외부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해당 공장 T-149 탱크 상부 밸브에서 미세한 크랙이 발견돼 누출방지 장치를 설치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염화규소는 호흡기로 들이마시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물질이다.

◇ 소방서 신고절차 지연 … '초동대처' 미흡

이날 사고로 현장에 있다 가스를 들이마신 근로자 1명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즉각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외에 공장 주변 주민 등 12명이 메스꺼움과 두통을 느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OCI 측은 가스 누출 직후 해당 공정의 운전을 중지하고 누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 압력을 낮췄다. 또 내부 물질을 다른 공정으로 이송 완료하고 공장 내 물 분무설비 외에도 옥외소화전을 이용해 염화규소 가스의 외부확산을 막았다. 인근 주민에게는 방독면 30여 개를 나눠줬다. 

하지만 신고 절차 등 가장 기본적인 초동 대처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 공장 측은 사고 발생 7분여 뒤인 오후 4시 10분에야 소방서에 신고를 했다.

이에 소방관들이 사고 현장에 진입한 것은 17분이 지난 오후 4시 20분으로 확인됐다. 관할 당국에는 제대로 된 사고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 군산시는 오후 4시 18분께 민원인 신고로 사고 소식을 들었다. 당시 한 주민은 하얀 연기가 공장을 뒤덮고 매캐한 냄새가 나자 시청에 신고했다.

▲ OCI 군산공장 가스 누출로 하얗게 뒤덮힌 군산 하늘.

군산시는 뒤늦게 사고를 파악하고, 공장 주변 미성동과 소룡동 이·통장들에게 외출 자제를 통보하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재난 문자를 통보했다.

이에 대해 OCI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현장 조치를 먼저 서두르다 보니까 조금 늦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행정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환경부 화학물질관리법 해설서에 보면, 사고 발생 시 소방관서, 경찰관서, 관할 지자체 들 중 한곳에만 신고하면 된다고 돼있다”며 “그럼 최초에 신고 받은 기관이 서로 간에 연락을 하게 돼있다. 소방관서에 신고하면 신고절차를 마친 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직후, 군산시 측은 소방서가 아닌 시민의 신고로 사고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정보 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OCI 측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22일 오후 6시께 환경청에서 공장 외곽에서 110m떨어진 장소, 공장 정문, 주변 제일 아파트 인근에서 염화수소 농도를 2차례 측정한 결과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오후 8시15분께 누출 방지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히며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가스 누출 사고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자치 군산시민연대 등 9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발암물질 없는 군산만들기 시민행동'은 23일 논평을 통해 명확한 사고 정보공개와 유해물질사고 예방을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누출된 가스량이 적고 바로 안전조치와 외부유출방지조치를 취했다고 하지만 소량이라고 해도 유해물질 누출사고는 삽시간에 발생하고 군산의 경우 산업단지에서 유해물질이 누출되면 강한 바람으로 인해 주거지역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지역적인 현실에서 유해물질누출에 대비한 '비상훈련'이 주민들과 함께 이뤄지고 있는지, 관련 대응메뉴얼 속에 지역주민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대책이 제대로 세워져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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