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FIFA 회장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몽준 전 의원은 이달 초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출마 선언이나 다름없는 발표였다.

이후 3주 넘게 시간이 지났지만, 정몽준 전 의원은 여전히 출마를 공식 선언하진 않고 있다. 다만,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복수의 언론매체는 정몽준 전 의원 측근의 말을 빌려 그가 조만간 FIFA 회장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정몽준 전 의원. <사진=뉴시스>
◇ 대권주자의 ‘축구대통령’ 도전?

유력 정치인인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회장 출마는 상당히 주목을 끄는 행보다.

7선 의원까지 지낸 정몽준 전 의원은 언제나 여권의 대권주자 중 하나로 분류된다. 비록 지금은 국회를 떠나있고,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했지만 여전히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FIFA 회장 선거는 올해 말~내년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국회의원과 FIFA 회장을 모두 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FIFA 회장 출마는 곧 총선 불출마와 같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몽준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중단하거나 아예 끝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수차례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바 있고,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FIFA 회장 출마가 대권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총선 불출마와 대권 도전은 크게 관련이 없고, 오히려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게 대권 도전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FIFA 회장에 당선된다면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반적인 입지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FIFA는 현재 심각한 비리와 부패로 지탄을 받고 있다. 만약 정몽준 전 의원이 FIFA 회장에 당선돼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개혁한다면, 대권주자로서의 그의 입지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정몽준 FIFA 회장’ 가능성은?

그렇다면 정몽준 전 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FIFA가 회장 공석 사태를 맞은 배경을 살펴보자. FIFA는 지난 1998년부터 회장 자리를 이어온 제프 블래터 회장이 이달 초 사임했다. 지난달 말 치러진 FIFA 회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지 불과 며칠 만에 돌연 사임한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것이 이유였다. FIFA의 비리 스캔들은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장기집권자가 떠난 FIFA 자리를 노리는 이들은 많다. 모두 정몽준 전 의원의 잠재적 경쟁자들이다.

우선 지난달 치러진 12대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는 다음과 같다. 요르단 왕자이자 서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알리 빈 알 후세인(요르단), 축구선수 출신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 역시 전설적인 선수 출신이자 유럽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네덜란드 축구협회장 미카엘 판 프라흐(네덜란드) 등이다.

이들 중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는 아직 없지만, 모두 잠재적인 후보로 볼 수 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다. 라이베리아 축구협회장인 무사 빌리티(라이베리아), ‘하얀 펠레’ 지코(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이다.

축구선수 출신이 아닌 정몽준 전 의원은 쟁쟁한 레전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반면, 정치인으로서의 경력과 FIFA 부회장까지 역임한 ‘스펙’이 돋보인다.

어차피 FIFA 회장 투표는 각국 축구협회에 1표씩이 주어진다. 인지도보단 정치력이 중요한 셈인데, 오랜 기간 FIFA에서 활동한 정몽준 전 의원은 이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유치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운 정몽준 전 의원이다.

아시아를 지역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나쁘지 않다. 현재 FIFA는 파벌 간의 갈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블래터 진영과 유럽축구연맹 진영의 갈등이 심각하다. 따라서 아프리카나 아시아 같은 제3지역에서 회장이 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제프 블래터와 정몽준 전 의원. <사진=뉴시스>
이번 FIFA 회장 선거의 최대 이슈는 ‘비리 및 부패 해결’이다. 이와 관련해 정몽준 전 의원의 FIFA 활동 경력은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부패한 집단의 일원이었지만, 그 중심에 있진 않았다. 정몽준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회장을 오래 했던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은 의견이 같은 사람들만 주변에 뒀고, 나를 포함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철저히 배척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다만, 최근 불거진 현대중공업의 잠수함 비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몽준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이자 과거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현대중공업은 수조원 규모의 잠수함 비리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FIFA 회장 선거의 이슈를 고려하면, 마이너스 요인이다.

정치적 배경 또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FIFA 회장에 당선될 경우, 임기는 오는 2020년까지다. 그런데 다음 대선은 2017년 12월에 치러진다. 대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칫 당선되더라도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FIFA 회장 선거가 본격 시작되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 축구계 관계자는 “FIFA 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지나야 하고. 후보자들이 모두 완주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몽준 전 의원의 행보 또한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특별히 유력한 후보도, 그렇다고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후보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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