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8일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 <사진=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계적인 ‘가구 공룡’ 이케아가 국내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어느덧 200일이 지났다. 많은 기대와 우려를 낳았던 이케아는 지난해 12월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한 뒤에도 적잖은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할 정도로 많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국내 가구업계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 상륙 200일을 맞은 이케아의 현 주소를 진단해본다.

◇ ‘가구공룡’ 이케아, 국내 가구시장에 건강한 긴장감 불어넣다

전 세계 42개국, 345개의 매장, 연매출 40조원. 이케아의 숫자다. 194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이후 세계 제1의 가구업체로 성장했다.

이런 이케아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지난해 12월 18일 광명에 엄청난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다. 국내 첫 이케아 매장은 개장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 우려를 낳았다.

우선 좋은 품질 및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을 앞세운 이케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컸다. 아울러 이케아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구도가 가구업계 전반에 가격 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됐다.

이케아 광명점에는 뜨거운 기대만큼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매장 주변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고, 매장 내에도 많은 고객들이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결국 이케아는 불과 35일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개장 초기 하루 평균 3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든 셈이다. 이어 개장 100일엔 누적 방문객 2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케아의 상륙은 국내 가구업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건강한 긴장감’이 맴돌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사실, 이케아가 문을 열기 전에는 국내업체와 이케아의 대결 구도에서 누가 살아남을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이케아가 연착륙한 지금,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도 매출이 상승하며 만만치 않은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 가구업계는 경쟁구도가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각자의 주력분야와 점유율이 크게 요동치지 않고 유지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케아의 국내 상륙은 분명 커다란 변수였다. 한샘,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은 “이케아가 들어와도 문제없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했지만, 판매점 대형화와 사업다각화 등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긴장감’은 결과적으로 기존 국내업체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이케아도 연착륙에 성공하고, 국내 가구업체들도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아직 6개월에 불과하지만, 이케아의 상륙이 국내 가구업계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러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이케아의 국내 매장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건강한 긴장감’은 더욱 좋은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여전히 부족한 ‘상생’, 끊이지 않는 논란

▲ 이케아 광명점 내부. <사진=뉴시스>
물론 이케아가 긍정적인 효과만 불러온 것은 결코 아니다. 개장 전부터 숱한 논란을 낳았던 이케아는 여전히 많은 논란에 휩싸여있다.

먼저, 이케아는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오픈 전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케아 매장에서 일할 직원들의 시급 논란부터 인근 롯데마트와의 ‘구름다리’ 연결과 관련된 특혜 또는 꼼수 의혹까지 조용한 날이 없었다.

논란은 오픈 뒤에도 계속됐다. 먼저 ‘연필 거지’ 논란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이케아가 무료로 제공하는 연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진된 데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이케아 입장에선 ‘좋은 해프닝’이었다.

반면 가격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이케아가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가구 가격을 높게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논란은 국내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대한다는 지적과 함께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세계지도 논란 역시 국내 정서에 반하는 일이었다.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세계지도를 판매한 것이다. 더욱이 이케아는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계속 판매했다가 더욱 빈축을 샀다.

가장 핵심적인 논란은 중·소 가구업체들의 몰락과 상생 결여다. 이케아가 상륙한 이후, 기존의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지만 중·소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처절해졌다. 아울러 이케아 첫 매장이 자리잡은 광명지역의 소상공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케아 매장의 특성상 주변 상권을 살리기 보다는 많은 인파를 매장 안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케아는 국내 중·소 가구업체와의 협력 및 상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내업체로부터 납품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이케아지만, 아직까지 검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광명시와의 상생 추진 역시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내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와 한국 가구업체들의 경쟁은 앞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이케아는 좀 더 세심함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국내 정서상 자칫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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