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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준의 북한진단] 북한의 ‘고위급 인사 탈북 사건’, 어떻게 봐야 하나
[전현준의 북한진단] 북한의 ‘고위급 인사 탈북 사건’, 어떻게 봐야 하나
  • 시사위크
  • 승인 2015.07.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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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민주평통 자문위원
-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사위크] 7월 들어 북한 고위급 인사 탈북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김정은의 비자금 관리부서인 39호실 부부장급(한국의 차관급) 인사 한국 망명 ▲북한의 중국 및 동남아 파견 노동당 간부와 외화벌이 일꾼 등 10여 명 망명 ▲2000년 남북 국방장관 회담 당시 차석대표 박승원 인민군 상장(한국의 중장급) 한국 망명 ▲북한 군 총정치국 부국장이었던 박재경 전 인민군 대장 제3국 망명설 ▲북한 군수경제담당인 ‘제2경제위원회’ 고위급 인사 한국 망명 등이다.
 
위의 내용들이 사실인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다음과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

첫째, 북한의 핵심비밀이 밝혀질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고위 탈북자들이 노동당과 군부의 핵심 비밀을 어느 정도 제공했는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노동당 39호실이나 제2경제위원회 출신 고위인사가 맞다면 상당한 정도의 기밀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39호실이나 제2경제위원회는 북한체제의 핵심기구들이다. 그만큼 속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 비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북한 군사비가 어느 정도이고 핵무기 개발비가 실제 어느 정도인지 등은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은 일반 탈북자들은 알 수 없는 부문이다. 따라서 이번 고위급 탈북자들을 통해 이러한 비밀들이 어느 정도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 정보 당국이 상당한 정도의 핵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탈북자의 계급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탈북자는 약 2만7,000명에 이르고 있지만 대부분 신분이 노동자·농민이었고, 당원 비율도 10%정도에 불과했다. 인민군 계급도 거의 인민군 상좌(중령급) 미만이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노동당 중앙위 비서다. 그는 노동당 서열 20위권 내에 드는 거물이었다. 특히 당시 그는 주체사상을 체계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주체사상이 망명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의 고위급 탈북자들은 일반 탈북자와는 달리 우리의 차관급 내지는 군부 장성급들이다. 북한의 최고위층은 아니지만 김정은 권력을 유지하는 주요 부서의 주요 인물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북한 핵심계층에도 ‘잠재적’ 저항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과 향후 ‘제2의 황장엽’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셋째, 북한 체제 변화 문제와 관련해 매우 유의미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북한 체제 유지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통제’가 느슨해졌다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관료 및 주민들에 대한 사상적, 육체적, 물질적 통제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는 ‘공포에 의한 지배’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 등장 이후 리영호·장성택·현영철·마원춘 등 최측근이 숙청된 이유도 김일성 시대부터 전통으로 내려온 공포를 통한 지배정책 때문이었다.

김정은은 철저히 김일성·김정일 노선을 따르는 ‘경로의존적(path dependency)’ 통제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은은 철저한 마키아벨리스트(Machiavellist)인 것 같다. 15세기말 사람인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는(Machiavelli)는 “군주는 존경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부터 유지된다”고 강조했고, 김정은은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탈북 사건들은 김정은의 ‘공포를 통한 지배 정책’을 무색케 만들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유념해서 살펴봐야한다.

북한의 통제장치는 상상을 초월하고, 국가안전보위부는 그 어느 독재국가들의 통제기구보다 막강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보위부조차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포에 의한 지배는 피지배자들이 이를 충실히 따랐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지 이에 저항하면 소용이 없게 되고 오히려 지배자가 역공을 당하게 된다. 역사상 수많은 독재자들이 공포스런 지배에도 불구하고 민중혁명이나 군부 쿠데타에 의해 타도된 이유기도 하다. 국가안전보위부와 같은 통제기구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김정은도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 고위급 탈북 사건들이 유의미한 점이 있다 치더라도 우리는 ‘북한의 변화’와 관련해 너무 성급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첫째, 이들이 과연 체계적인 민주주의 혁명 사상을 학습 받았느냐는 문제다. 즉 탈북한 이유가 자유주의 혁명 사상을 공부해 “군주도 과오를 범하면 타도될 수 있다”는 사상을 갖게 됐기 때문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계층을 고려했을 때, 그런 사상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들은 김정은의 통치행태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혹은 일정한 과오가 있었는데 김정은이 작은 과오도 숙청하는 것을 목도한 후 겁이 나서 탈북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것조차도 그들의 탈북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되진 못할 것이다.
 
둘째, 고위급 탈북 사건이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 붕괴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탈북은 단발적이고, 비조직적인 것으로 보인다. 부서가 서로 다르고 시기나 장소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사전 모의에 의해 탈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은 촘촘한 상호감시망을 가지고 있다. 북한 국내나 해외나 일정한 지위 이상은 국가안전보위부에 의해 거의 모두 도청당한다. 국가안전보위부가 부패하고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전 모의나 상호 통화가 이뤄지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아직은 북중 국경을 통한 대량탈북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량탈북이라면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년 후 동서독이 통일을 이루게 된 배경이 동독 주민들의 인접국 헝가리로의 대량 탈출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북한 고위급 인사 탈북은 아직 매우 소규모다.
 
때문에 대안 사상과 대안 집단이 없는 현 상태에서 이번 사건들을 김정은 정권 붕괴나 북한 체제 변화와 직접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무리한 연계는 잘못된 대북 정책을 낳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된다. 다만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 하에서 적잖은 고위 탈북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김정은 정권 자체의 안정성에 결코 플러스적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김정은이 권력 장악을 위한 숙청을 적당한 정도로 끝내고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그의 장래도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젊음 콤플렉스’, ‘국정경험 부족 콤플렉스’, ‘선배에 의한 무시당한다는 의심증’ 등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무슨 변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증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북한 주민들이나 관료들이 현재까지는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겠지만, 통제가 과하면 언젠가 목숨을 걸고 증오심을 폭발시킬 수도 있다. ‘마키아벨리스트’인 김정은이 꼭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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