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된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사진=뉴시스>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회사는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야.”

지난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눈과 귀를 사로잡아 큰 인기를 끌던 케이블 드라마 ‘미생’의 대사다. 직장인들은 반복되는 업무 스트레스에 고통을 호소하며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상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다.

현재 대한민국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불황에 더해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세월호‧메르스 여파로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폐업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메르스 확진자 발생지역은 소상공인‧전통시장 매출이 40%나 급감했다는 통계도 있어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다.

◇ 자영업자 비중 OECD 4위, 과열경쟁 속 고통 받는 자영업자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대표 주재성)가 최근 발표한 ‘국내 자영업자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 중에 자영업자 비중이 2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순위에 이른다.

이 수치는 OECD 평균인 15.8%에 비하면 거의 2배가량이 높고, 미국 6.8%, 일본 11.8% 등 선진국에 비교하면 각각 4배, 2배 이상 수준으로 그만큼 국내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국내 자영업체는 도‧소매, 음식‧숙박업과 같이 부가가치가 낮은 ‘전통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과잉경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결국 잦은 폐업으로 이어진다.

국내 도‧소매업체의 경우 인구 1,000명당 18.8개 수준이다. 이는 주요 선진국 평균 8.9개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또 음식‧숙박업의 경우 인구 1,000명당 13.5개로 선진국 평균 3.5개에 비해 거의 4배가량 높다.

수치에서 드러나듯이 이렇게 자영업자들이 소수 업종에 집중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과열경쟁으로 말미암아 수익률은 하락하고 여기에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부진까지 맞물리면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자로 내몰리는 상황이 초래하는 것이다.

최근 12년간 자영업자들의 3년 생존율은 53.9%에 불과했다. 개업한 뒤 3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절반에 가까운 수는 폐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은퇴시기에 접어든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가 자영업자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폐업자 비중에서도 큰 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수는 546만3,000명으로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4만9,000명 감소했다. 베이비부머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2011년, 2012년 사이 자영업자 수가 크게 늘었지만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2013년부터는 감소세를 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신설법인은 총 8만4,697개로, 이 중 40대는 3만3,100개, 50대는 2만1,898개의 신설법인을 설립해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부도를 맞은 자영업자 역시 이 세대가 많았다. 금융결제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해 거래가 정지된 자영업자는 총 227명이었고, 이 중 50대가 97명(42.7%), 60대 이상이 74명(32.6%), 40대가 51명(22.5%)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 ‘발표’에 그친 정부 지원책… 소상공인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이처럼 안정기에 접어들어야 할 중장년층이 창업 실패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다.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큰 만큼 국민들 상당수가 자영업 종사자인데다 특히 40대‧50대 창업자의 경우 아직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경영위기는 곧 가계 붕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은 60세 이상도 일할 수 있도록 ‘임금피크제’와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었다. 국내 자영업자 중에 은퇴 후 창업전선에 뛰어든 ‘장년층’ 비중이 많다는 것을 고려해 ‘재취업’에 초점을 맞춘 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속된 취업난이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대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또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메르스 여파로 경영난을 호소해오는 분들이 많다. 정부는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마다 각종 지원책들을 ‘발표’하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분들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혜택을 받기 위한 방법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게 현재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우리 협회조차 어떠한 혜택이 있고, 피해에 대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직접 정부로부터 받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지원책을 마련했다는 발표를 하면 일일이 그 내용을 조사해야 한다”며 “국민들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이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발표’에 그친 형식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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