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주유소의 전망이 현재 불투명하다. 사진은 알뜰주유소 1호점 '마평주유소'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2011년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 마디 발언으로 시작된 알뜰주유소. 그 전망이 현재 불투명하다.

국제유가가 치솟던 지난 2011년, 당시 정유업계는 정부의 강도 높은 ‘기름값 인하’ 압박을 받았다. 정부는 경기도 용인 ‘마평주유소’를 알뜰주유소 1호점으로 출범시키고 2012년에는 총 700개를 단계적으로 알뜰주유소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011년 당시, 정부는 2015년까지 전체 주유소 중 1,300곳을 알뜰주유소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주유소시장의 반발이 큰데다 일반 자영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현재도 향후 전망이 묘연하다.

◇ 목표치 못 미치는 알뜰주유소… “실효성 있나?”

전국 알뜰주유소 추이는 지난 2012년 말 844개, 2013년 말 1,031개, 2014년 말 1,136개로, 올해 6월 말 기준 영업 중인 알뜰주유소는 현재 모두 1,141개다. 이는 전달인 5월 기준 1,146개보다 5곳 감소한 수치다. 알뜰주유소의 수가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재 정부는 애초 ‘1,300개’ 목표치를, 올해 12월 말까지 전국 주유소의 ‘10% 수준(1,250여개/6월말 현재 추정)’으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알뜰주유소의 수와 실효성 논란을 감안할 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일반 휘발유 판매가격 기준으로 정유사 브랜드 중 기름값이 가장 낮은 곳과 알뜰주유소 간의 가격 차이는 2013년 1분기 11.43원에서 올해 2분기 17.1원으로 단 5.67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애초 정부는 “브랜드 주유소보다 리터 당 100원 이상 싸게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현재까지 목표의 20%도 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지원까지 줄였다. 2013년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혜택’이 줄었고 작년 말 ‘재산세 50% 감면 혜택’까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알뜰주유소에서 다시 일반 브랜드 주유소로 전환하는 사례들까지 급증하고 있다.

또 현재 알뜰주유소의 기름값 상승이 여타 브랜드 주유소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까지 나타났다. 지난 6월 일반 휘발유 가격 상승폭을 보면 알뜰주유소가 전월보다 39.5원 증가해 브랜드 주유소의 상승폭보다 큰 수치를 보였다.

◇ 소비자·업계 모두 혼란 가중… “알뜰주유소, 공정성 훼손한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은 3일 입찰 공고를 내고 ‘알뜰주유소 사업자 선정’에 돌입했다. 13일까지 입찰참가신청서를 접수하고 14일 입찰 후 바로 결과를 발표한다.

2015년도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선정되면 오는 9월 1일부터 2017년 8월 31일까지 전국 1,100여개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예전과 달리 이번 입찰은 ‘최저가 입찰 방식’이 적용되고 계약기간도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이에 입찰에 응한 업체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고 고려할 사안도 늘었다.

한국석유공사는 계약기간을 2년으로 늘린 이유에 대해 매년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면서 드는 비용을 절약하고 안정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 입장에선 이번에 제출한 가격 그대로 향후 2년간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또 ‘최저가 입찰 방식’ 또한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변동성이 큰 유류시장에서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든 최저가를 써내자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애초 정부는 국민 세금을 투입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휘발유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알뜰주유소를 도입했지만 현재까지도 초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실효성 논란에 싸여 있다.

이처럼 소비자와 정유업계 모두에 큰 효용가치가 없는 알뜰주유소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의 ‘시설개선자금’과 ‘외상거래자금’ 지원 등은 해당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하는 일반 사업자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로 인해 시장경제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주유소협회는 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와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문을 제출하고 알뜰주유소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협회 측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고, 현재 포화상태에 이른 주유소 시장을 과포화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값을 제공하면서 주변지역 다른 주유소들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알뜰주유소 측의 입장에 대해 “분명 초기에는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측면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알뜰주유소가 여타 자영주유소보다 결코 저렴하지 않다. 이런 알뜰주유소가 일반 자영주유소에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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