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이 여야의 공천혁신 변곡점'

▲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 룰은 절대적이다. 격투기를 비롯한 수많은 스포츠에서는 룰 변경을 통해 기존의 스타가 몰락하고 새로운 스타가 각광받기도 햇다. 이 같은 룰의 절대성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정치판에서 예외일 수 없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일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1차 혁신안 통과를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공천제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 완전국민경선제를 당론으로 정한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2차 혁신안을 준비하는 새정치연합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내년 20대 총선 전쟁에 앞서 공천룰을 두고 전초전이 시작되고 있다.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 룰은 절대적이다. 스포츠계에서는 단 한 줄의 룰 변경으로 인해 최강자에서 약자로, 혹은 약자에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룰을 지키지 않으면 패배는 물론이고 게임판에서 영원이 쫓겨날 수 있다. 그래서 싸움에서 룰은 절대적이다.

이 같은 룰의 절대성은 가장 냉혹한 승부의 세계인 정치판에서도 통용된다. 최종 선거에서는 ‘국민의 표를 많이 얻은 자가 승리한다’는 불변의 룰이 존재한다. 다만 현직 의원을 포함해 정치인들의 관심사는 누가 그 최종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느냐다. 보다 정확하게는 누가 정당의 공천을 받느냐가 가장 중요한 ‘싸움의 룰’ 이다.

◇ 계파정치의 근본 원인은 불투명한 공천제도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예를 들어보자. 최종 탑10에서의 경쟁을 선거라고 치면, 그에 앞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슈퍼위크’는 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으로 비유할 수 있다. 탑10의 경쟁이 팬들의 지지도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후보자들은 패배해도 억울할 것은 없다. 그런데 국민의 선택을 받을 기회도 없이 심사위원들에 의해 탈락을 한다면, 분명히 억울한 후보자는 나온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꾸준히 공정한 공천을 요구했고, 그것이 어렵다면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공천을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실제 문민정부 출범이후 각 정당의 역사는 공천권 갈등의 역사로 봐도 무방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불거지는 계파정치의 폐해는 뜯어보면 공천을 쉽게 받기 위한 권력다툼과 다름없다. 차이라면 여당이 친박과 친이 등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큼지막하게 뭉쳐있는 반면, 합당으로 몸집을 불려온 야당은 ‘고만고만’한 지분을 가진 여러 계파가 난립하고 있다는 차이일 뿐이다. 이 같은 정당의 계파들은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정서와 떨어져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천개혁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새로운 공천제도로 ‘완전국민경선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취임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 대표의 권한을 내려놓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와 대표경선에서 승리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100% 국민경선을 통해 국민이 직접 새누리당의 후보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일찌감치 당론으로 결정한 상태다. 지난 17일 제헌절을 계기로 김무성 대표는 다시 한 번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완전국민경선제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사례에서 나오듯이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이 그대로 공천을 받을 확률이 90%가 넘는다. 신인 정치인의 정치참여가 극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야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넘어야할 과정도 많고, 무엇보다 예비경선에 과도한 선거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 정치권에서는 8월을 전후해 공천룰에 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김무성 대표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연합도 2차 혁신안 발표라는 중요한 고비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 정치권 공천제도 혁신, 8월 중순이 최대 변곡점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에 확고한 반면 야당은 아직까지 일관된 당론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오는 8월 중순 공천관련 혁신안이 발표됨에 따라 그 전까지 공천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호탄은 새정치연합 전북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이 쐈다. 21일 유성엽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직접 겪은 공천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엮은 책을 배포, 공천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개선안은 이른바 ‘숙의 선거인단’ 방식이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모든 후보를 경선장에 올려놓고, 선관위가 뽑은 공정한 선거인단에 의해 후보자를 선정해야한다는 것.

무엇보다 유 의원은 공천심사위원회의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이른바 ‘컷오프제’를 통해 공심위가 그간 일부 후보자들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면서 ‘계파 나눠먹기’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다만 유 의원도 “숙의 선거인단 제도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공정한 공천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문재인 대표가 퇴진하는 것보다 기득권을 내려놓는 의미에서 공천제도를 확실하게 혁신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오는 8월 중순을 전후로 공천과 선거제도에 관한 논의가 한창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개특위가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선거구 획정위가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대로 새정치연합의 공천혁신안도 비슷한 시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혁신안 내용에 따라 신당행을 선택할 의원들도 있어, 공천제도를 둘러싼 치열한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명한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제도의 정착이 정치발전의 기본 토대라는 사실이다. 이에 명분을 내세운 ‘기득권 지키기’가 아닌, 한국의 민주정치라는 큰 관점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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