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경쟁에서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는 것을 경제학에선 ‘승자의 저주’라고 일컫는다. 기업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제일 위험한 것도 ‘승자의 저주’다. 인수 욕심에 앞뒤 상황을 안 재고 돈을 쏟아 부었다가 향후 ‘재무 악화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는 삼표그룹(회장 정도원) 역시 이런 우려의 시선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삼표와 산업은행PE로 구성된 삼표컨소시엄은 지난 29일 (주)동양이 소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55%를 8,300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체결했다. 삼표컨소시엄은 지난 30일부터 기업 실사를 착수해 오는 8월 28일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삼표그룹은 레미콘과 골재·분체·철 스크랩 등 건설 기초소재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레미콘 사업의 경우 업계 2위의 시장 지위력을 갖고 있다. 이번에 레미콘 원료인 ‘시멘트 사업 분야’를 추가하게 되면 ‘콘크리트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 과도한 인수대금 …삼표그룹 재무구조에 부담 우려

때문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가격’을 베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삼표 측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8,300억원. 이는 1주당 1만4,000원 꼴로, 지난 30일 기준 동양시멘트 주가(5,850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시장이 예상한 동양시멘트 인수가격인 6,000억~7,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다. 이에 M&A 시장에선 “너무 비싸게 사는 게 아니냐”며 고가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삼표가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을 산업은행 등 금융기간 대출에 의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삼표는 지난 29일 이런 시장의 우려를 떨쳐내고자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삼표에 따르면 인수대금 8,300억원 중 2,800억원은 대주주의 출자금과 계열사 보유 현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삼표그룹의 자산 담보대출로 조달할 예정이다. 이 밖에 2,000억원은 산업은행 주선으로 시중 은행들의 인수 금융을 통해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산업은행 PE도 1,500억원을 출자금 형태로 투자할 계획이다.

▲ 동양시멘트 삼척공장. <사진: 뉴시스>

하지만 차입금 발생에 따른 재무 부담은 상당한 편이다. 삼표의 연결기준 자본총계(지난해 말 기준)는 3,750억원이며, 부채는 4,609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23%다. 여기에 4,000억원의 차입금이 더하게 된 것이다.

또 동양시멘트를 연결회사로 편입하면 동양시멘트의 채무를 떠 앉아야 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동양시멘트는 1분기 말 기준으로 7274억 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129%에 이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장에선 양사의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도 한다. 현재 시멘트의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서고 있는데다, 잠재매물 후보도 많은 상황에서 무리한 베팅으로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 시멘트 경쟁사들의 견제ㆍ사내하청 노동자 고용 문제 부담

아울러 시멘트업체 간 가격경쟁으로 큰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표는 (인수자금 부담으로) 시멘트가격을 유지하거나 인상하겠지만, 기존 시멘트업체는 가격인하로 삼표의 실적악화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며 “가격경쟁이 발생할 경우 인수자금 부담이 컸기 때문에 삼표의 재무리스크가 가장 도드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동양시멘트 하청업체 해고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도 부담거리다. 현재 동양시멘트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요구와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삼표컨소시엄은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5년 동안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노사 간 단체협약도 승계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동양시멘트 하청업체 해고 근로자들은 지난 30일 공장 본사와 삼표 본사 앞에서 해고자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삼표그룹은 이런 우려를 뒤로 하고, 현재는 실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시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재무 우려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충분한 인수 가치가 있는 매물이고, 인수 대금도 어렵지 않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사 과정에서 가격 협상의 의지도 있는 만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또 시멘트 업체들의 출혈 경쟁 우려에 대해 “이미 과거 출혈 경쟁으로 시멘트 업체들이 영업적자를 본 경험이 있다”며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아울러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에 대해선 “현재 그 문제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이번 동양시멘트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 제기하는 우려의 시선들은 어쨌든 정 회장에겐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외부의 우려를 딛고 성공적인 인수 작업을 마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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