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브레이크를 잃은 롯데가(家) 형제다툼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주말에도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졌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일 뒤늦게 입국했다. 하지만 공항에서의 그의 ‘말’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현재 롯데그룹의 수장인 신동빈 회장의 행보와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 볼썽사나운 집안싸움 ‘점입가경’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 지난 주말, 롯데그룹 집안에서는 또 다시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7월초, 아버지(신격호 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화를 내며 때리기까지 했다”고 밝힌 것이다.

일요일엔 신격호 회장이 직접 등장했다. 동영상을 통해 신동빈 회장이 후계자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형을 제치고 후계자 자리를 탄탄하게 굳혔던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공식적으로’ 내쳐지는 순간이었다.

신동빈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은 신격호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뿐이 아니다. 신격호 회장의 형제 중 가장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역시 앞서 지난달 31일 “신동빈은 후계자가 아니며, 신격호 회장은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이복누나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역시 신동주 전 부회장 쪽에 서는 모습을 보였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친엄마인 일본인 시케미쓰 하츠코 여사를 제외하면, 롯데가 일가친척 중 신동빈 회장 쪽에 선 사람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 3일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면서 ‘한국’ 발음은 서툴러

지난달 27일, 신격호 회장을 앞세운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의 ‘기습’에 초강수로 맞선 신동빈 회장은 당초 잡혀있던 귀국일정을 뒤로 미룬 채 일본에 머물렀다. 가족들과 등을 진 상황에서,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면서 고령의 아버지를 일본으로 오가게 만든 형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얼마 전까지 직접 제2롯데월드 타워를 챙겼다던 아버지의 건강에 의문부호를 붙였다. 하지만 정작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를 만나기보단 일본에서 지분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3일이 돼서야 아버지를 찾아간 신동빈 회장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3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또 한 번 충격을 안겼다. 국내에만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롯데그룹의 수장이 한국말에 서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먼저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미안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이어 사태를 빨리 해결해 롯데그룹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신동빈 회장의 말투엔 ‘일본 냄새’가 강하게 배어있었다. 특히 “롯데는 일본기업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기업입니다”라고 밝혔지만, 정작 ‘한국’이란 발음은 전형적인 일본인의 그것이었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위)과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 배신감 느낀 국민들, 아랑곳 않은 후계자들

1955년 일본 도쿄에서 ‘시게미쓰 아키오’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신동빈 회장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일본에서 마쳤다. 이후 미국에서 MBA를 취득하고, 노무라 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한 그는 1990년대에 들어서야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지만, 본인은 일본인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신동빈’이란 이름보다 ‘시게미쓰 아키오’란 이름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어울린다. 이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형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라는 간판 뒤에 가려져있던 이러한 내막을 알게 된 다수의 국민들은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식품, 유통, 문화 등을 핵심 사업분야로 삼고 있는 롯데는 일반 소비자들에겐 무척이나 친숙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추잡한 경영권 다툼에 이어 한국말에 서툰 후계자 형제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이에 롯데를 향한 여론은 더욱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 움직임마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란 낙인과 이미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재벌 그룹 총수에 걸맞지 않는 위기 대응도 빈축을 사고 있다. 상황이 복잡하지만, 어쨌든 현재 롯데그룹의 수장은 신동빈 회장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일주일이 넘도록 사태 해결은커녕 언론플레이와 지분 확보에만 집중했다. 잇단 폭로로 국민들의 피로감을 높인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경영권 확보에 몰두하느라 돌이킬 수 없는 기업 이미지 훼손을 가져왔고,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수십 개의 계열사와 수만 명의 직원, 그리고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롯데그룹이지만, 그에 걸 맞는 ‘책임감’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사태의 결과다. 둘 중 한 명이 롯데그룹을 이끌거나, 그룹이 쪼개지는 결과 중 한 가지가 될 것이다. 신동주-신동빈, 아니 히로유키-아키오 형제가 향후 롯데를 이끄는 것만큼은 달라질 가능성이 극히 적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동안 보여준 두 형제의 모습은 굴지의 재벌 대기업 수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막장드라마는 물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온통 의문투성이다”라며 “롯데를 향한 엄격한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며, 이번 사태를 국내 재벌 기업들의 부조리를 뜯어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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