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한국에서 생산된 김치는 중국으로 수출을 할 수 없다. 중국정부가 김치를 기준이 엄격한 절임채소로 분류하면서 근본적으로 반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의 규제강화로 김치수출은 수십만 달러에서 지난 해 1만6,800달러로 급감했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상대적으로 박테리아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살균처리가 필수적인 절임채소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결과다.
◇ 중국당국 규제로 치명타 입은 국내 김치산업
이에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 주석의 한중FTA 협상에서도 중국의 김치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기도 했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진핑 주석이 김치에 대한 규제완화를 약속하면서 한중FTA가 급물살을 타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한국산 김치수입을 막는 동안 중국산 값싼 김치는 우리 밥상을 점령했고 한국의 김치산업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는 씁쓸한 지적이다.
뉴욕타임즈는 “설사 규제가 풀린다 하더라도 지금의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렵다. 이미 값싼 중국김치가 한국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아예 문을 닫은 이도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이 결국 한국의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뉘앙스다.
결은 다르지만 과도한 중국의존도라는 점에서 국내 카지노 업계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업계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최대 카지노 공기업인 GKL의 경우 중국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은 30%가 넘는다. 카지노의 특성상 정확한 매출파악이 어렵지만 제주도에 위치한 소규모 카지노의 경우에는 70%가 넘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눈치만 보는 카지노 업체, 외연만 확대하려는 정부
요우커들이 뿌려대던 돈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카지노 업계는 최근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부정부패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일례로 해외 카지노 여행을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중국리스크’나 다름없다.
이 여파로 2013년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호황을 맞았던 마카오는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카지노 업계도 메르스와 맞물리면서, 파라다이스의 경우 6월 기준 매출이 전년대비 5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위기국면이다. 공안의 대대적인 단속에 중국 큰손들은 카지노 관광을 속속 취소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 현지영업활동을 하던 GKL과 파라다이스 직원 11명이 도박알선과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을 당한 상태다.
외교당국도 업체책임으로 화살을 돌렸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인신이 자유로울 때까지 영사관 면해나 인권침해 사실조사 등 영사조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주재국에서는 카지노 고객 모집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수차례 에이전트들에게 교육하고 홍보했다”고 말했다. 요는 카지노 업체들이 충분히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강행했다는 의미다.
물론 국내 업체가 이른바 ‘환치기’나 ‘의전활동’ 등 중국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고객모집행위를 한 정황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카지노 에이전트의 불법문제는 수차례 제기돼왔다. 이를 단속하고 바로잡았어야 할 책임이 정부와 외교당국에 있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정부는 오히려 카지노 사업의 내실을 기하기는 커녕 외연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 4일 국무회의에서는 관광산업의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카지노에 대한 규제를 추가로 완화했다. 관광호텔이나 국제회의 시설 부대시설로 카지노를 설치하는 경우, 외래 관광객 유치실적 요건을 폐지했다.
이에 대해 국내 카지노 사업에 투자 중인 외국계 기업의 한 관계자는 “키는 중국이 쥐고 있는데 외연만 확대하려는 당국의 정책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 사정정국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 사정에 따라 카지노 업계의 불황이 장기적일지 단기적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중국관광객들을 선점하기 위해 카지노 산업이 각광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리스크의 대부분이 중국의 입장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외연확대에만 치중할 경우 크나큰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중국의 규제 하나에 한국 김치산업의 운명이 걸렸다는 뉴욕타임즈의 보도를 한번쯤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