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해외 건설 사업의 부진이 올 2분기에도 건설사들의 실적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저가 수주와 글로벌 경기 침체, 공기 지연에 따른 원가율 상승 등의 여파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그런데 이처럼 각종 해외 건설 현장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바로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이다.

자금에 쪼들린 건설사들이 공기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나, 추가 공사 대금을 제대로 안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의혹이 연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두산중공업도 이런 논란에 휩싸인 곳 중 하나다. 해외공사 협력사인 창운은 "두산중공업이 긴급공사 비용 250만 달러를 주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약 해지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수개월째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 긴급공사 대금지급 놓고 공방전

사연은 이랬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0년 12월 베트남 몽중 지역에서 13억 달러의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주했다. 창운은 이 공사의 전기, 계장 공사를 맡는 하도급 업체로 참여했다.

문제는 건설 초기 공사가 지연되면서 발생했다. 창운 측의 주장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협력업체 창운에 긴급 공사를 요청하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 250만 달러를 주기로 구두로 약속했다. "본사 EPC사업 총괄 전무에게 '공사촉진대금'을 보고하고 승인까지 받았다"는 두산중공업 현장 담당자의 말을 믿은 창운은 야간까지 인력을 대거 투입해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공사가 마무리된 후 두산중공업이 태도를 바꿨다는 게 창운 측의 주장이었다. 창운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추가 투입 비용 지급을 요청했으나 두산중공업 측은 약속된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그리고는 공사대금을 창운에 과지급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계약 해지까지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은 협력사가 공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계약이행보증금 12억원까지 회수해갔다. 창운은 이를 지급하기 위해 경기도 일산의 사옥을 급하게 처분했다.

창운 측은 계약 해지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창운 관계자는 "공사는 90% 이상 마친 상태였다"며 "과지급 사유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 업체는 두산중공업 측이 베트남 사업의 손실을 협력업체에 떠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창운 관계자는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이 예상보다 공기가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이런 비용을 협력사들에게 부담시킨 꼴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 "약속한 대금 지급해야" VS "적법하게 지급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측은 "적법하게 모든 대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우선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50만달러의 품의서를 제출해 승인받았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250만달러를 구두약속 한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긴급공사 비용 역시 실제 투입비를 기준으로 해 매월 정산하는 기성지급액에 포함시켜 모두 지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원래 창운에게 기성을 지급하는 구조는 물량이 기준이지만 협력업체의 사정을 감안해 실투입비 기준으로 매월 지급했다"며 "그럼에도 창운 측이 추가대금 지급을 요구해왔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명해 계약해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창운 측과 상생 차원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4월 한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나,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창운 관계자는 "두산 경영진에 호소문도 보내고, 공정위에 질의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며 "해외 공사는 국내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아 제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창운 측은 법정 소송을 검토 중이다.

해외 공사는 원청과 하청업체가 각각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국내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해외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이 공사대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떼이는 피해를 입어도 마땅히 호소할 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부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은 매출액 18조1275억원, 영업이익 8882억원, 당기순손실 855억원의 실적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5.6%, 영업이익은 7.3% 줄고 당기순이익은 187억원에서 적자전환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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