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수사 회계 담당관, '김앤장' 취업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심사 신청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비리의 핵심 윗선을 잡지 못한 채 5개월째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2차례나 기각되면서 수사는 힘을 잃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에서 한 수사관의 ‘로펌행’을 놓고 우려의 시선을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수사의 회계 분석을 맡았던 검찰 수사관이 포스코 수사를 대응하는 로펌 중 한 곳인 ‘김앤장’에 취업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컷뉴스>는 10일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 수사관 A씨가 사직서를 낸 뒤, 최근 ‘김앤장’ 취업을 위해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심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회계사 출신의 6급 특채 수사관 A씨는 수원지방검찰청 소속으로 대검찰청 반부패 수사지원과에 파견됐다가 포스코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4월~5월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재파견됐다. 그는 최근까지 포스코 수사 과정에서 회계 장부를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해오다, 지난달 24일자로 검찰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 심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힘 빠진’ 포스코 수사에 찬물… ‘수사 전력’ 노출될까 ‘우려’

현행 공직자윤리법 29조에 따르면 취업심사 대상자가 공직자윤리위의 승인 없이 퇴직 전 5년 간 소속됐던 부서·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A씨는 "포스코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하청업체 회계 분석에만 참여했다"며 취업 심사를 무리없이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그의 ‘김앤장행’을 놓고 우려의 시선이 일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오랫동안 포스코에 법률적 자문을 제공해온 곳으로,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선임된 법률인단은 아니지만, 수사 대비 전략을 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법조계에선 파다하다.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김앤장 변호인단’에 수사 내용이 노출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아울러 일각에선 가뜩이나 수사가 핵심 윗선을 붙잡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맥 빠지는 일이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 <사진: 뉴시스>
검찰의 포스코 수사는 초반의 대대적인 공세와 달리, 현재는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그룹을 넘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할 기세였으나, 수개월째 비리의 핵심 몸통조차 못 찾고 헤매고 있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후엔 더욱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특수2부 측에선 사직한 검찰수사관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특수2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 분이 최근 그만 두신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로 이동할지는 알 수 없다”고만 짤막하고 말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측에서도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드릴 말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김앤장 측에선 곤혹스런 기색을 보였다. 우선 김앤장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영입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입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였다. 영입 타진 배경에 대해 이 관계자는 “회계사로서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어 영입하려 한 것 뿐”이라며 “외부에서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포스코 수사 대응을 위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온 클라이언트이기 때문에 법률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해석은 오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관의 ‘김앤장행’을 둘러싼 뒷말은 계속될 조짐이다. 특히 김앤장 경우, 그간 법원과 검찰의 유력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각종 구설수를 사온 바 있어 외부의 색안경을 낀 시선에서 벗어나진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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