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가 다시 한 번 ‘단독경영’의 키를 잡게 됐다. 각자 대표이사 체제 아래 ‘공동경영’을 해오던 김연배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약 1년 만에 ‘단독 대표이사’ 자리를 되찾게 된 것. 이에 따라 그의 경영리더십 역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화생명은 지난 11일 김연배 대표이사 부회장(72)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했다. 김 부회장은 이달말까지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내달부터 한화그룹 인재경영원 고문 자리로 옮길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부회장은 약 1년 만에 퇴임하게 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측은 “김 부회장이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업황 부진과 수익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화생명에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돼 한화생명의 체질개선을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한화그룹 내 원로급 핵심실세로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전력을 갖고 있는 그는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 지난 1년간 인프라 혁신 작업과 조직슬림화, 보고체제개선, 구조조정 등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다.

◇ 단기간에 '체질 개선' 이끈 김연배 부회장 사퇴  

그 결과 김 부회장은 5% 수준이던 한화생명의 전자청약률을 52%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고정비용을 1,000억원 이상 절감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이제 회사가 어느 정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함에 따라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화생명 측의 설명이다. 

이로써 한화생명은 다시 한 번 ‘차남규 대표이사 단독체제’를 출범시키게 됐다. 차 대표는 2011년 2월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오른 후 신은철 전 부회장과의 공동 대표 체제를 거쳐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9월 이전까지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약 1년만에 ‘단독 경영’의 키를 잡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차남규 단독 경영 체제 부활’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1954년생인 차 대표는 1979년 한화기계에 입사해 제조업 계열사를 거쳐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 당시 지원총괄 전무와 중국주재 임원을 맡으며 보험업계에 들어왔다.

2009년 한화생명 보험영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영업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중국통’으로 ‘해외법인’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평해진다. 김연배 부회장과 함께 경영을 맡았던 지난 1년간 그가 힘쓴 분야도 ‘보험 영업 부문’과 ‘해외시장 개척’ 부문이었다. 덕분에 해외 사업 쪽에선 소기의 성과도 본 것을 알려진다.

그러나 김연배 부회장과 비교하면 조직 전체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 차남규 단독체제에 쏠린 기대와 우려

지난해 상반기 그가 진두지휘한 구조조정 성과 역시 기대치를 채우진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5월 3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삼성이나 교보생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구조조정 달인’으로 불리는 김연배 부회장이 긴급 투입돼 2차 희망퇴직이 이뤄졌다.

 한화생명. <사진: 뉴시스>

상반기의 두 배에 육박하는 540명이 회사를 떠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연배 부회장은 결국 큰 탈 없이 인력 감축을 마무리했다. 이후 강력한 추진력으로 내부 조직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어 체질개선을 이끌었다. 그 역시 외곽에서 서포트를 했으나 존재감은 다소 미약했다.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다시 한 번 그의 리더십이 재평가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는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맞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보험사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 역시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등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과연 단독 수장이 된 차남규 대표가  한화생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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