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좌)과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우)이 자녀의 취업청탁 논란에 휩싸였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의 자녀들이 로스쿨 출신이라는 점에서 사시존치 논의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의 자녀들이 취업특혜 의혹을 받으면서, 사시존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취업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의원의 자녀들이 공교롭게도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로스쿨을 졸업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당초 4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1명을 공고했던 LG디스플레이가 1명의 변호사를 추가로 모집 총 2명의 변호사를 취업시켰다. 그러면서 계획에 없던 추가채용이 윤후덕 의원의 딸을 채용하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겠느냐는 회사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하고 있는데, 윤후덕 의원이 파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는 점. 윤 의원이 로스쿨을 갓 졸업해 취업자격에도 못 미치는 딸의 지원사실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에게 전화통지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된다.

◇ 로스쿨 출신 자녀 취업청탁 의혹에 휩싸인 김태원·윤후덕

윤후덕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도 이 같은 특혜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김태환 변호사 등 변호사 572명은 정부 법률공단 채용에 의혹이 있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법조경력 5년 이상’이었던 지원자격이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졸업한 자’로 갑작스럽게 변경된 것이 김 의원의 아들을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100일 지나서야 출근이 가능했던 김 의원의 아들을 굳이 채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문의 시각이 적지 않다.

당사자인 김 의원과 윤 의원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도 ‘청탁은 절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의원은 전화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취업청탁은 아니었다고 항변했고, 김 의원은 ‘의원직을 걸겠다’며 거듭 억울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완전폐지가 예정된 사법시험의 존치 논의와 깊숙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취업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 조차 "사시를 계속 존치하자는 주장과 갈등요인에 상당히 휘말릴 수 있어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해도 쉽게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며 "당 지도부가 나서서 진상을 밝혀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실제 고시낭인 등 ‘사회적 인력 낭비’를 막고 고품질의 법조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로스쿨 제도는 최근 강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연 등록금만 2천만원에 달하고 부대비용과 용돈을 합치면 3년 교육비에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여기에 변호사시험 성적비공개, 입학과 취업과정에서의 불투명 의혹 등이 겹치기도 했다.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부와 권력의 세습창구로 전락했다는 게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2017년 사법시험 완전폐지를 앞두고 최근 정가 안팎에서는 사시존치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로스쿨이 고비용이라는 점에서, 사법시험이 청년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 현대판 음서제 논란, 사시존치 논의 급물살 탈까

올해 초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하창우 회장 역시 이 같은 로스쿨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지적하며 사시존치를 강하게 주장하는 상황이다. “시골 농부의 자식도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사법시험”이라는 게 하창우 회장의 생각이다.

물론 사시존치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장학제도 강화로 저소득층이나 높은 성취를 보이는 학생들에게 비용부담을 줄여주고, 성적비공개 등 일부 미진한 부분은 제도개선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라는 고관대작의 로스쿨 출신 자녀가 취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됨에 따라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마침 18일 나승철 외 변호사 724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못 가진 자는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체념에 빠지고, 가진 자는 현실에 안주한 채 손쉽게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면서 “부와 권력의 세습이 로스쿨을 통해 법조계에까지 촉수를 드리우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사시존치를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지난 4.29재보선 관악을에서 당선된 오신환 의원도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사법시험 존치는 로스쿨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나아가 청년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함은 물론 대한민국을 기회균등의 공정사회로 만들어가는 핵심 가치”라며 그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