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측 “방향성은 맞아…다양한 방면으로 검토 중”
롯데그룹 관계자는 1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신동빈 회장의) 개인재산을 출연해 사회공헌사업에 쓴다는 방향은 맞다”며 “(재단 설립이나 기부 등) 방법에 있어선 다양한 방면으로 검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촉발된 반 롯데정서를 해소키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의 롯데그룹에 대한 전 방위적 압박을 유화하기 위한 제스처로도 보인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사재출연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 지배구조 강화 도구로 이용되는 기업들 재단
모든 재벌들의 재단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곳은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강화하고 편법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배구조 승계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중순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올랐다. 이 재단들은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4.68%, 2.18%씩 보유 중이다. 삼성생명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정몽구재단’도 그간 정몽구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올해 6월말 기준 현대글로비스 지분 4.46%와 이노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3.29%, 정몽구 회장이 6.7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이노션은 정몽구 회장의 장녀 정성이 고문이 40%, 정의선 부회장이 1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의 사재출연에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재단설립이 아니라 외부 재단에 기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의혹을 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사재 2,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준용 명예회장이 출연키로 한 재산에는 대림코퍼레이션 주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또 10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자신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4개 재단 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설립한 빌&멀린다 재단에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