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화상경마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학교 앞 화상경마장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마사회가 이번엔 화상경마장 건물 내에 청소년용 놀이시설을 운영하려다 물의를 빚고 있다. 경마가 있는 날이면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되는 시설임에도 이에 아랑곳 않고 정부지원까지 따낸 것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관할구청의 불허로 청소년 놀이시설 설치 무산 뿐 아니라 화상경마장 입지 논란이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 극심한 갈등 무릅쓰고 개장한 용산화상경마장

문제가 된 곳은 서울의 한복판, 용산 전자상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용산화상경마장(렛츠런CCC 용산)이다. 이곳은 주택가 및 학교(여중, 여고)와 불과 200~300여m 떨어진 곳에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서 수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사회는 지역 여론 수렴 없이 화상경마장 건립 사실을 숨기는가 하면, 기습개장을 시도하는 등의 일방적인 행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주민들의 반대집회에 맞서 경비용역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해 관련자들이 입건됐고,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처럼 용산화상경마장은 지난 2013년 9월 건물이 완공된 이후 2년째 극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마사회는 임시개장과 평가 등을 거쳐 여론의 관심이 다소 뜸해진 지난 5월 31일 정식 개장했으나, 반대 주민들은 여전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키즈 카페’ 논란은 마사회의 뻔뻔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주택가 인근에 도박시설을 운영하면서,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와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마사회는 미래부로부터 창조경제 사업 명목으로 12억원을 지원받기로 확정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황당하다. 용산화상경마장 건물 1~7층에 청소년 놀이시설 등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사회는 해당 층에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시설을 설치하겠다고 꾸준히 홍보해온 바 있다.

◇ “주민 위한 시설? 독사과일 뿐이다”

▲ 용산화상경마장 내부.
문제는 이 건물이 화상경마, 즉 ‘도박’이 이뤄지는 건물이라는 점이다. 경마가 열리는 날이면 이 건물 13~17층에서는 TV를 통해 경마 중계를 보며 돈을 거는 화상경마가 진행된다. 따라서 이 시설은 경마가 열리는 날 청소년들의 출입이 금지된다. 최근 경마가 열리는 날 청소년이 이 건물에 출입한 모습이 포착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즉, 마사회가 추진한 청소년 시설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적법성 논란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사업을 ‘창조경제’라며 예산을 지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마사회의 이미지 제고와 반대 여론 무마를 위해 정부예산을 엉뚱하게 투입했다는 지적이다.

이원영 용산화상경마장 추방대책위원회 대표는 “마사회는 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시설이라고 하는데, 이는 쉽게 말해 독사과다”라며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도박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일 뿐 아니라, 여론을 길들인 뒤 모든 층을 화상경마장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사회의 이러한 계획은 결국 헝클어질 전망이다. 여전히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관할 구청인 용산구가 해당 시설 설치를 위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구는 “청소년유해업소 건물에 청소년들도 출입 가능한 가족형 놀이 여가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마사회에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간신히 개장한 용산화상경마장은 이번 논란으로 인해 또 다시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용산구는 마사회 측에 용산화상경마장의 서울시 외곽 이전을 재차 요청했다. 마사회 입장에선 이미지 개선을 위한 시설을 들여놓으려다 아예 방을 빼야할지도 모를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편, <시사위크>는 이에 대한 마사회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