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갈 길 바쁜 현대중공업이 연이어 발생한 안전사고로 빈축을 사고 있다. 심각한 경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안전을 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에도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어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또 다시 드러나게 됐다.

◇ 셋째 출산 앞둔 20대 하청 노동자 ‘의식불명’

현대중공업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2일이다. 밤 10시 10분쯤 4도크에서 근무 중이던 사내하청 노동자 이모(28) 씨가 크레인에 의해 이동 중이던 블록과 부딪혀 12m 아래로 추락했다.

1시간 뒤, 이번엔 선각2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사내하청 노동자인 조모(51) 씨가 블록 사이에 끼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조씨는 신호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다행히 사망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상태가 심각하다. 이씨는 두개골이 골절되고, 뇌출혈이 발생하는 등 의식불명 상태이며, 지난 3일 상태가 악화돼 긴급수술을 받기도 했다.

조씨 역시 블록 사이에 몸이 끼면서 골반이 골절되고, 방광과 전립선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20대 후반인 이씨의 사연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생사를 오가고 있는 이씨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조만간 셋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위기 타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하청 노동자의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 “‘위험의 외주화’ 하청노조 인정이 해결책”

지난해 8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현대중공업은 노동·시민사회계로부터 ‘살인기업’이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각종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사고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노사합의를 통해 노조 간부에게 ‘작업중지권’ 권한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노동자가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작업중지권이 발동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하청 노동자가 철판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안전실태 특별근로감독을 받아 총 444건의 지적을 받았다.

특히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는 것은 대부분 하청업체 노동자라는 점에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사망한 노동자 8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으며, 올해 발생한 사망·부상 사고 역시 대부분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지회장은 “촉박한 공사 기간으로 인해 안전은 뒷전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하청노조 활동을 인정·보장해 노동자들의 권리는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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