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산업 매각가를 두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 금호산업 인수 의향을 내비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메인타워와 퍼스트타워의 모습.<사진=뉴시스>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금호산업 매각가를 두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삼구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 금호산업 인수 의향을 내비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을 두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온 이들이 이번엔 금호산업 인수를 두고 또 다시 형제간 ‘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금호석화 측 “금호산업, 꼭 금호아시아나에만 권리 있는 것 아니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이 없어지면 금호산업 인수를 검토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채권단의 매각가격 결정을 앞두고 있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는 찬물이 끼얹어진 분위기다.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간 금호산업 매각가격 협상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에 6,503억원의 인수대금을 제시했다. 이에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가격보다는 더 받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후 지난달 27일 채권단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금호산업 매각가격 산정을 위한 회의를 열고 7,935억원을 기준으로 매각 여부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대부분 채권단은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고, 7,935억원에 매각을 진행하자는 쪽과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쪽의 비율은 비등했다. 채권비율 7.6%를 가진 산업은행 역시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금호석유화학 측이 금호산업 인수 의향을 내비치면서 채권단 입장에선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얻게 된 채권단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 1조원부터 시작됐던 매각가격은 현재 협상을 거듭하며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7,935억원의 매각가격 제시 당시 채권단은 연내 매각을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우선매수청구권자인 박삼구 회장이 7,935억원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의 금호산업 인수 검토 가능성 제기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애초 금호산업 인수는 박삼구 회장의 오랜 숙원인 그룹 재건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이 금호산업 인수 의향을 내비치면서 2009년부터 있어왔던 금호가의 형제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호석유화학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검토 의향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없어지면 인수를 검토할 생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금호산업 인수를 포기하는 상황이 생기면 검토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또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포기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이지만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권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을 꼭 인수해야만 하는 당위성이나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선 채권단이 가격 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인수 의향을 내비치면서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 인수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인수 의향을 밝힌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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