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는 10일 오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 완공 연기와 관련 “진짜 많이 속상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누워서 침뱉기”라며 자세한 내막에 대해선 발언을 삼갔으나 해당 사업과 관련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김현철 교수 페이스북>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환갑 잔치를 앞두고 오히려 김현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가 바빠졌다. 병환 중인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대신해 차남인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 실제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4월 김현철 교수를 만나 추진위원으로 참여를 제안했고, 이후 문재인 대표도 김현철 교수와 통화하며 오는 18일로 예정된 기념식 참석을 요청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야당사 정리 작업 과정에서 YS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현철 교수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정치권이나 특정 정당에서 주도해 평가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 하에 “민간 분야나 학회 같은 곳에서 객관적으로 역사를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추진위원직을 거절한 셈이다. 다만 기념식 참석 여부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김현철 교수는 10일 국민대 정치대학원 강의를 마친 직후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아버님이 참석을 못하시니까 결국 제가 참석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재정 부족으로 건축비도 못 낼 형편 “YS, 완공식 연기에 속상”

김현철 교수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 때문이다. 기념도서관은 지난 2012년 4월18일 기공식 이후 현재 3년하고도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으나 준공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당초 2013년 6월 완공 계획을 세웠지만, 기념도서관 건립을 추진한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측과 시공사 측은 “지형적 위치에 따른 공사의 어려움”과 “내부 인테리어 및 전시물 정리”를 이유로 완공 시점을 수차례 연기해왔다. 그 과정에서 김현철 교수는 한 차례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직 사임의 뜻을 알리기도 했다. 김영삼민주센터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현철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기념도서관 완공이 내년으로 연기됐다”면서 “자꾸 늦춰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데, 현재 상황은 기금이 완벽하게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김영삼민주센터의 방만한 운영이다. “원래 10월에는 충분히 완공할 수 있을 정도로 기금이 모아졌는데, 방만한 운영 때문에 다시 재정 부족이 발생했다”는 게 김현철 교수의 주장이다. 김현철 교수에 따르면 현재 기념도서관은 건축비도 다 지불하지 못했다.

▲ 김현철 교수는 오는 18일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를 두고 고민 중에 있다. 그는 “아버님이 참석을 못하시니까 결국 제가 참석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아버님께선 (야당 창당 60주년 관련) 말씀을 하지 않으실 것이다. 결국 제가 말씀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김현철 교수 페이스북>
때문에 김현철 교수의 안타까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미 YS는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고, 상도동 사저마저도 김영삼민주센터에 기부한 상태다. 결국 기념도서관 건축에 대한 부족한 재정은 또다시 기금 마련과 같은 방책을 찾아야 하는 것. 그는 “사실 충분한 재정이 확보가 돼서 (기념도서관이) 오픈한 다음에도 운영 자금은 축적이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업을 할 수 있다”면서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누가 운영하려 하겠나. 운영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운영 주체 선정에 대한 어려움을 나타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기념도서관의 기증 및 향후 운영 주체로 두 대학이 후보군에 올랐다. YS가 졸업한 서울대학교와 기념도서관 인근에 위치한 중앙대학교다. 하지만 두 대학 모두 기념도서관 운영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김현철 교수도 “우리가 그쪽 입장이래도 그럴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그는 “기념도서관이 오픈이 되면 인근 구청과 학교, 연구기관 등에 사무실 임대를 줄 수도 있다”면서 향후 기념도서관 운영에 대한 재정 마련 확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YS의 의견은 어떨까. 김현철 교수는 “아버님도 기념도서관 완공이 연기됐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계신다”면서 “아버님이 편찮으신 가운데 계시지만, 재활운동을 통해 준공식 때 참석할 계획이셨다. 참석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말씀도 해야 하는데, (준공식이) 자꾸 늦어지니까 많이 속상해하신다”고 전했다. YS는 기념도서관 준공식을 앞두고 ‘출퇴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낼 만큼 기대가 컸다. 그 모습을 지켜본 김현철 교수는 “진짜 많이 속상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표현했다.

◇ 기념도서관의 더딘 완공에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할 것”

이와 함께 비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현철 교수는 기념도서관의 더딘 완공을 불러온 재정 악화 문제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외관은 다 지었고, 인테리어가 남은 상황인데 안에 들어가서 보면 상당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부분까지 모두 포함해서 기금이 적립돼 왔던 것”이라면서 “오픈한 뒤 정리해야 할 부분은 정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념도서관 관련 사업 기한은 이달 말 종료된다. 당초 지난 연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김영삼민주센터 측에서 사업 기한을 연기했다. 앞서 김영삼민주센터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념사업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해 건립비의 30%를 국고로 지원받았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사라는 게 계획과 달리 변수가 잦다보니 사업 기한을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한 연기에 따른 추가 지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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