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텔레콤의 자회사 SK하이닉스가 분가설에 휩싸였다. 모회사인 SK텔레콤보다 덩치도 커졌고, 최태원 SK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계기로 지배구조 및 사업 개편에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분할 가능성이 있어도 당장 시급하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해 최태원 회장의 심중에 관심이 집중된다.

◇ 2011년 인수이후 급성장한 SK하이닉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분할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우선 SK하이닉스가 이미 SK텔레콤의 규모를 넘어섰다는데 있다. 지난 2011년 SK텔레콤에 인수된 하이닉스의 자본금은 7조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자본금 17조원, 매출 9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SK텔레콤 역시 매출규모나 자산이 수조원대에 이르지만, 이미 SK하이닉스가 넘어섰기에 자회사로 두기엔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배당소득에 따른 이중과세 문제도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어준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법인은 보유지분에 따른 배당이익에 과세를 따로 내진 않지만, 이익배당금이 재무제표 상 영업이익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추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로 부터 43,830백만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에 46조원을 투자하는 등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M&A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손자회사 위치에서 벗어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 타당성 있어도 시기상조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추측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단기간 이뤄지긴 힘들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우선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은 20.7%로, 18일 종가 기준 총 5조2,157억원에 달하는 반면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SK㈜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600억원에 불과하다. 지분인수를 하기 위해선 회사채라도 발행해야 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 공정 증설에 46조원을 투입키로 한 만큼 한동안 다른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빨리 분할할 필요성을 줄어들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계에선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분할설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동력을 얻었을 때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는 것이 훗날 훨씬 득이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특히 내달 말 최태원 회장의 주관 하에 그룹 CEO들이 모여 SK그룹의 미래전략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져 어떤 구상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SK그룹 측은 이와 관련 “아직까지 진행 중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측 관계자도 “내부에서 검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M14공장 설립에 투자계획을 밝힌 만큼 한동안 신사업에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