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한지 5년여 만에 정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현재 종로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으나 차기 대선에서 친박 주자로 떠오르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범생이’ 기질은 여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올해 1월 말 귀국한 이후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4월부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 임용돼 강단에 선 것과 별개로 각계각층의 강연 요청이 많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때문에 강의가 없는 날에도 교내 연구실을 찾아 자리를 지켰다. 기자와 오세훈 전 시장의 첫 만남도 강의가 없는 목요일(17일) 오후 그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은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는 ‘종로’ 얘기가 나오자마자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잘랐다. 사정은 이랬다. 사실상 종로 출마 결심을 굳힌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과 협의점을 찾기 전까지 관련 얘기를 언급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괜한 오해를 받게 되면 협의에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양해를 구했다.

◇ 박진 전 의원과 종로 출마 협의 중… “아직 말할 단계 아냐”

실제 오세훈 전 시장과 박진 전 의원은 종로 지역구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박진 전 의원에게 분구가 예상되는 강남병 출마를 권유했고, 박진 전 의원은 오세훈 전 시장에게 노원병 출마를 역제안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의 얘기가 확산되자 오세훈 전 시장은 “동기가 불순하다.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노원병 출마를 부인했다. 현 노원병 지역구 의원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맞붙어야 한다는 의견에 “사람을 꺾으러 간다는 것이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총선 출마를 전제로 한 지역구 선정 조건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선거 판세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장을 역임한 만큼 서울 지역으로 한정을 둔 그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편한 곳이 아닌 어려운 곳을 찾아 “당에 기여를 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둘째, 출마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강남북 균형발전에 노력한 경험이 일례로 제시됐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바로 종로다. 하지만 박진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사활을 걸고 종로 출마를 고집하고 있어 고심이 깊다.

때문에 일각에선 오세훈 전 시장의 비례대표 출마를 점쳤다. 차기 대선에서 친박 후보로 오세훈 전 시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청와대 안팎의 소문이 이를 더욱 뒷받침했다. 종로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야권 인사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청와대로부터 암시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면서 “소문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만큼 오세훈 전 시장의 출마 여부를 두고 지역 내 관심이 클 뿐 아니라 본인 역시도 고민이 깊다는 방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 재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주제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제 개인이 아니라 ‘공공재’라 생각한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4년, 시장으로서 5년 동안 다른 사람들이 쌓지 못할 시행착오의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을 다시 사회에 활용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측근들도 종로 출마를 두고 두 갈래로 나뉘었다. ‘상징성’을 이유로 종로에서 치열하게 싸워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측근들이 있는 반면 다른 측근들은 차기 대선을 고려해 굳이 낙선의 위험이 있는 종로 대신 비례대표로 국회에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견이 끊이질 않자 오세훈 전 시장은 얼마 전부터 정치 관련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주최로 열린 22일 강연에서도 어김없이 정치 재개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그는 “주제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제 개인이 아니라 ‘공공재’라 생각한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4년, 시장으로서 5년 동안 다른 사람들이 쌓지 못할 시행착오의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을 다시 사회에 활용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 ‘벽돌론’ 내세운 고민의 깊이 “자리 아닌 역할 필요한 곳에 갈 것”

다만 오세훈 전 시장은 자신이 해야 할 ‘도리’를 정치 재개에 한정짓지 않았다. 그는 “정치하는 사람은 벽돌 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에 어느 위치에 놓일지 모른다. 큰 사이즈의 벽돌이 될지 아니면 작은 조약돌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그 시절에 꼭 필요한 역할이면 되는 것이지 꼭 어떤 자리에 가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보답의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학 강단이든 여의도든 ‘자리’가 아닌 ‘역할’을 강조한 셈. 이어 그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년에 선거가 다가오니까 제 거취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닷새 만에 기자와 다시 만난 오세훈 전 시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이날 강연에서 브랜드 창출의 힘을 강조한 만큼 ‘오세훈 브랜드’ 가치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또 한 번 웃었다. “남사스럽다”고 손을 가로 젓던 그는 “제 브랜드는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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