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민주평통 자문위원
-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사위크] 오는 10월 10일은 북한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다. 북한은 국가 위에 노동당이 있고, 노동당 위에 수령이 있는 수령유일체제다. 북한에게 있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수령이 절대 권력을 갖게 된 1967년 이전만 해도 노동당은 혁명의 거두들이 그런대로 수령을 견제하면서 노동당을 움직였다. 그러나 1967년 박금철, 이효순 등 소위 ‘갑산파’가 숙청당하면서 수령유일령도체제가 수립됐다. 이후 노동당은 수령의 거수기에 불과해졌고, 노동당은 대중정당은 물론 최소한 무사산자계급 정당도 아닌 상태가 됐다.

김정일 시대가 본격화된 1997년 이후 노동당은 군부세력에 눌려 제 역할을 하지 못 했다. 노동당은 형해화됐고 주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노동당은 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돈이 되는 사업은 모두 군부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책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있었다. 그는 지나치게 군부의 위상을 높였고, 많은 이권을 쥐어줬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노동당 관료인 장성택이 군부의 이권을 하나하나씩 노동당 행정부로 이관한 것이다.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아 장성택이 김정일의 ‘위임’을 받아 국사를 처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북한 군부는 장성택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김정일 사후 2012년 김정은이 등장하자 북한 군부가 노골적으로 장성택을 음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성택은 노회한 당료로서 호락호락 하지 않았고 리영호 군 총참모장을 숙청하기에 이르렀다.

빨치산 시절부터 싸움으로 다져진 인민군은 만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북한 군부는 장성택의 행정부에 권한을 빼앗긴 채 이를 갈고 있던 중앙당 조직지도부와 연합해 장성택 제거작업에 나섰다. 장성택의 일거수일투족은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부위부에 의해 감시당했고, 장성택의 모든 행동은 김정은에게 직보됐다. 김정은 귀에 들어간 장성택의 행동은 고의건 아니건 간에 김정은의 권위를 해칠 만한 것들이었다. 김정은의 지시 무시하기, 이권독점, ‘건성건성 박수치기’, ‘뒷짐지기’, ‘외다리 서기’ 등등은 수령유일체제하에서는 절대로 용납될 수없는 일들이었다.

결국 2013년 12월 김정은은 1등공신인 장성택을 처형했다. 이후 모든 관료들은 ‘복지부동’으로 들어갔고, 혹여나 장성택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김정은에게 더욱 큰 충성심을 과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과감한 측근척결은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됐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가난이 수령이 아닌 장성택과 같은 부패관료들 때문이라는 노동당의 선전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1년 이내에 탈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김정은의 지지도는 58%정도였다. 그러나 북한 내에서 일체의 정보가 차단된 채로 살고 있는 주민들을 상대로 한다면 그 지지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70%이상이 될 지도 모른다. 2012년 서울대의 조사에서는 70%였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집권 4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그는 수많은 고위관료들을 숙청하고 자신의 권력이 공고하고 안정적임을 과시하기 위해 3만여명의 군대를 동원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민족의 대축전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북한 관료들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이 북한의 자주권임을 강조함으로써 서방세계가 우려하는 장거리마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과연 장거리 미사일과 4차 핵실험을 시행할까? 이와 관련해서는 최악부터 최선까지 수많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화 시키면 도발하는 것과 도발하지 않은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김정은도 일국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고. 소위 ‘미친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도발하는 것도 국익에 근거할 것이고, 그 반대도 국익에 근거할 것이다. 과연 어떤 선택이 북한의 이익에 맞는 것일까? 

김정은은 축포를 쏨으로써 자신의 절대권력을 과시하고 싶을 것이다. 주민들은 김정은이 위대한 군사적 영도자라고 환호할 것이다. 김정은은 국내적 기반을 공고히 하면서 ‘우리 식 사회주의’를 튼튼히 보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비록 가난하지만 자주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만일 축포를 쏘면 UN안보리는 물론 중국까지 제재에 동참할 것이다. 중국의 지원 없는 북한은 죽음 그 자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남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전략도 수포로 돌아 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김정은은 후세인, 카다피, 빈라덴처럼 미국의 특수부대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중국의 의사가 중요하지만 시진핑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김정은만을 ‘고름짜듯이’ 제거하는 것에는 찬성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김정은과 ‘머리 좋은’ 그의 참모들이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까지 북한의 수뇌부들은 장거리 미사일발사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들이 현명하다면, 그리고 김정은 정권의 장기화를 원한다면 장거리 미사일발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후과는 이전의 도발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체면상 서해 북단 쪽으로 단거리 미사일 몇 발을 쏘는 것으로 자존심을 세울 개연성은 남아있다.

이때의 문제는 남한의 반응이다. 북한의 행동을 ‘비정상적인 사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남한도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어느 정도 분단을 관리하면서 대북 주도권을 장악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북한의 저강도 도발을 묵인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한 양측 모두를 설득할 것이다. 미국도 북한의 작은 도발로 인해 한반도 전체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한반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변수가 너무 많아 단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당장의 변수는 미중 정상회담과 박근혜 대통령의 UN 연설 등이다. 여기에서 긍정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대형사고를 낼 수도 있다. 우리의 대미, 대중, 대북 외교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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