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의 중심에 선 무선충전기. 삼성전기는 제품 전면에 로고가 노출된 것을 문제삼아 일방적으로 사업중단을 통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성전기의 ‘협력사 계약파기’ 논란이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 가게 됐다. 삼성전기와 피해를 주장하는 협력회사 간 ‘보상규모’를 놓고 타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까지 등장한 이번 사안으로 인해 삼성전기는 망신을 톡톡히 사고 있다. 계약단계부터 ‘삼성’답지 않은 허술함을 보여준 것도 그렇거니와, 사후처리도 매끄럽지 못해서다.

그동안 순탄하게 삼성전기를 이끌어 왔던 이윤태 사장 입장에서도 이번 사건은 향후 행보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 협력사 “일방적 계약파기, 수백억 피해”

논란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기는 (주)비이커뮤니케이션즈(이하 비이컴)와 무선충전기를 공동생산해 판매하는데 합의하고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기는 회로설계와 제품조립을, 비이컴은 제품 디자인개발과 판매 등을 맡기로 했다.

계약 이후 비이컴은 제품 생산을 위해 미국 측에 메인 IC칩을 주문하고, 또 다른 협력회사들에 디자인과 포장자재 제작 등을 의뢰하는 등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6월,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비이컴은 삼성전기로부터 ‘제품생산중단’ 통보를 받게 된다. 삼성전기는 비이컴이 생산하는 무선충전기 전면에 ‘삼성’ 로고(SAMSUNG ELECTRO-MECHANICS)가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았다.

삼성전기의 갑작스런 생산중단 통보로 비이컴은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비이컴은 일방적인 사업중단 통보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400억원을 요구했고, 삼성전기 측은 손해배상 규모가 비합리적이라며 맞섰다.

이 문제는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까지 올랐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홍완훈 삼성전기 부사장은 “삼성전기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업이 중단된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 손실에 대해 제대로 보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진전은 없었고, 결국 비이컴은 지난 1일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제조판매계약파기’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했다. 현재 비이컴은 피해보상으로 100억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10억원 이상은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기
◇ ‘삼성답지 않은’ 삼성전기… 허술한 업무처리 빈축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전혀 삼성답지 않다’는 뒷말을 쏟아내고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삼성이 계약단계에서부터 허술한 업무처리를 보였다는 점이 의아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삼성’ 로고에 대한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용인했다는 점은 아마추어 수준의 실수라는 지적이 많다. 계약협의 당시 삼성전기는 ‘저가 중국제품/중소기업 제품과 구분되도록 삼성전기 정품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을 전제했으며, 이에 따라 제품상단 및 제품라벨·포장박스에 ‘삼성’ 로고 사용을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에 대한 일방적 계약파기’로 삼성전기는 ‘갑질논란’에 이어 예기치 못한 보상금 지급, 나아가 ‘삼성’ 이미지에 생채기를 내는 삼중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지난해 삼성전기 사장으로 승진한 이윤태 사장은 그동안 큰 문제없이 조직을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평소에도 탁월한 조직관리 능력과 성과주의 경영으로 회사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이 높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불거진 이번 사건으로 이윤태 사장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윤태 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문책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전기는 앞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계약 과정에서 합의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실수는 인정한다”면서 “다만 무선충전기 제품 전면에 삼성전기 로고를 사용할 경우, 삼성전기에서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소비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사업중단 통보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전기 책임도 있는 만큼 손해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상대 측에서 원하는 배상 규모가 너무 커서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삼성전기는 피해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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