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채용규모에서 비공개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삼성그룹이 3년째 채용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각종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갑작스레 비공개로 돌아선 이유가 채용규모를 줄여서가 아니냐는 것. 이에 삼성 측은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삼성이란 기업이 갖는 사회적 지위 상 좀 더 투명한 채용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삼성, 2012년까진 공개하더니…왜?

“희망이 오늘을 이깁니다. 오늘 당신이 부딪히는 한계는 내일 당신이 딛고 올라설 디딤돌일 뿐입니다.” 이는 삼성그룹이 지난 2012년 7월 주요 신문에 게재한 ‘하반기 열린 채용’ 공고 문구의 일부다. 당시 삼성그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2만6100명을 채용할 계획임을 밝힌바 있다. 이 같은 구체적인 채용공고는 2012년 이전에도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 삼성그룹은 신규채용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관계자의 멘트를 빌어 전년도와 비슷한 규모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는 것이 전부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3년간 3만 6천명 채용, 1만 2천명 취·창업 지원”, 신세계그룹의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2만명 이상 신규채용” 등과는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것.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발표와 맞물려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의 신규채용은 연초 1만2,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전경련은 “어려운 경기 속에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란 평을 내놨지만, 2012년 삼성그룹이 2만6,100명을 신규채용 한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3년간 채용인력이 반토막 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그간 신규채용 규모를 미발표하면서 고용 인력을 대폭 줄여놓고 2,000명을 추가고용 한다는 것은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논란에 “2012년 이후 외부에 (신규채용 규모를) 말한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채용)숫자의 문의에 지금까지 이래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고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채용규모와 관련해선 2012년 이후 나온 내용들은 자신들의 공식입장도 아니고, 사실과 맞는지 아닌지 확인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삼성 측의 입장이다.

채용규모를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이관계자는 “채용규모는 기업 고유의 운영부분이지만 비밀로 해야할 이유나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도 “2012년 이후 워낙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깐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 법적 의무 아니지만…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 아쉬워

기업이 채용규모 및 계획을 밝히는 것은 법적인 의무는 아니다. 올해 3월 고용노동부는 매출액 기준 상위 60대 민간 대기업을 대상으로 채용계획 조사를 벌였지만 ‘계획 미정’이라는 회신까지 포함해 응답한 기업은 49개에 불과했다. 물론 그 중 삼성그룹 계열사는 한 곳도 없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의 모집공고 채용에 대한 것을 강제적으로 받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설문지를 돌려 회수된 기업에 대해서만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채용 규모를 비롯한 정보를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삼성의 경우 한해 20만명의 인원이 삼성고시라 불리는 삼성 입사시험 GSAT(구 SSAT)에 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를 위한 전문학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정작 삼성그룹은 얼마나 채용하는지, 또는 채용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18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은 동료의원 21명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역할에 대해 공정공시토록 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비록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당시 개정안은 재무 정보 중심인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 내용에 회사의 지배구조 및 지역인력 채용 같은 지역사회 참여에 관한 사항 등을 추가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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