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정치재개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씨감자 농사에 전념해온 그가 내달 중순 수확을 마친 이후 정치적 칩거를 끝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시사위크>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1월이면 내가 재배한 씨감자를 캐게 된다.”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정치활동 재개 시점을 묻는 질문에 같은 답변만 되풀이해왔다. 지난 4·29 관악을 재보선에서 낙선한 이후 중국으로 출국한 정동영 전 고문은 귀국 이후 고향인 전북 순창으로 직행해 정치와 담을 쌓았다. 사실상 칩거였다. 씨감자 농사만이 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수확이 가까워오면서 정동영 전 고문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정치재개설’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었다. 전념해온 씨감자 농사가 마무리되면 그의 답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 천정배와 손 잡을까… “모든 가능성 열려있다”

디데이(D-day)도 정해졌다. 정동영 전 고문은 내달 14일을 ‘씨감자 캐는 날’로 정하고, 수확 이후 별도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부분은 재단 설립이다. 그는 수확을 계기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비롯해 인류의 기아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른바 ‘통일씨감자재단’ 설립을 구상 중이다. “북한이 현재 생산방식으로 평당 3kg의 감자를 생산”하는 반면 “씨감자 종자를 이용할 경우 20kg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씨감자 보급사업에 관심이 많지만, “이 정권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현실적 고민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동영 전 고문이 그간 현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둔 것과 달리 전직 통일부 장관으로서 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화두를 이어왔다는 데 주목했다. 향후 정치 행보에 있어 중요 어젠다가 될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물론 정동영 전 고문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지인들이 찾아와 물어도 정치적 발언을 삼갔다. 때문에 측근들은 “(정동영 전 고문이) 많이 내려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동영 전 고문을 향한 야권의 구애 경쟁은 뜨겁다. 현재 그의 선택지는 독자세력화 추진, 야권의 통합전대 참여, 호남연대 구축으로 요약된다. 일각에선 순창과 전주 등 내년 총선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동영 전 고문을 향한 야권의 구애 경쟁은 뜨겁다. 때마침 몸담았던 국민모임과의 관계도 정리됐다. 창당준비위원회가 6개월 이내 창당을 완수하지 못해 최근 활동기한 만료로 소멸된 것.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정동영 전 고문의 선택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독자세력화 추진, 야권의 통합전대 참여, 호남연대 구축이다.

물론 독자세력화는 쉽지 않다. 관악을 재보선 패배 원인으로 꼽히는 야권 분열의 주역으로 거론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통합전대는 현 시점에서 실현성이 낮다. 앞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빅텐트론’을 내세우며 당내 인사는 물론 탈당한 인사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탈당파 중 통합전대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인사는 한 명도 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호남연대 가능성 여부다. 핵심은 정동영 전 고문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손’을 잡느냐다. 두 사람이 뜻을 모을 경우 신당 세력은 전남과 전북에서 큰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 천정배 의원은 연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0일 창당선언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전 고문에 대해 “한국 정치에서 그만한 정치인도 없다. 경우에 따라선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지도자”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동영 전 고문의 측근들 역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기대를 불어넣었다.

◇ “책임감 느낀다” 전북 실정에 총선 출마 저울질

일각에선 정동영 전 고문의 직접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 안정권인 호남권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지역 내에선 고향인 순창과 첫 배지를 달고 3선을 달성했던 전주가 출마 지역으로 꼽힌다.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여전히 정동영 전 고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출마 여부에 따라 치열한 총선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측근들은 “벌써부터 총선 출마를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며 손사래를 쳤으나, 정동영 전 고문이 새만금사업을 일례로 전북의 실정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져 그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정동영 전 고문은 보증금 30만원에 월 15만원을 내야 하는 15평짜리 토담집에서 지내고 있다. 신문과 방송도 없는 산골마을이다. 천정배 의원의 차녀 결혼식에서 기자들에게 “지금의 나는 입도 없고, 귀도 없다”고 말한 게 빈말은 아니었던 셈. 대신 폐교인 답동초등학교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는 바이오 씨감자를 연구하는 식생원이 있다. 정동영 전 고문은 지난 8월말 200평대의 식생원 텃밭에 바이오 씨감자를 파종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달 중순께 수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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