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창규 회장(가운데)이 지난 9월 24일, '통신 130주년'을 기념해 시포에 나선 모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을이 한창 깊어가던 지난달 24일, 황창규 kt 회장은 수원 kt 위즈 파크에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말끔한 정장차림이 아닌, 헬멧과 마스크부터 보호대에 이르기까지 포수 장비를 완벽하게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황창규 회장은 KT 신입사원 및 리틀야구단 선수와 시구-시타-시포를 함께했다.

이날은 KT가 대한민국의 통신 130주년을 기념해 야구장에서 다양하고 화려한 행사를 펼친 날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졌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5m 크기의 대형 LED 불새가 1,300발의 불꽃을 터뜨리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1885년 9월 28일, 한성전보총국이 개국한 것을 기념해 펼쳐진 이날 행사는 동시에 kt 위즈가 1년 만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 지난 4월, 창단 11연패에 빠진 kt 위즈 선수단이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 좌충우돌 kt 위즈, 연착륙, 성공적

지난 2013년 1월 KBO의 승인을 받은 kt는 1년여의 분주한 준비기간과 지난해 퓨처스리그를 거쳐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합류했다. 많은 야구팬들이 기다렸던 10번째 막내구단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먼저, 이미 4개 구단이 자리를 잡은 수도권에 또 다른 팀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또한 kt가 마법사를 의미하는 위즈(wiz)를 구단 명칭으로 정한 것부터, 다소 독특한 심볼 및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다소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시즌 초반은 악몽과도 같았다. 롯데와의 2연전을 정말 ‘아깝게’ 패하며 막내의 투지를 보여줬지만, 이후에도 단 1승을 따내기 위해 무려 11번의 패배가 필요했다. 4월 말까지 한 달 동안 거둔 승리는 고작 3번이었고, 5월 역시 4연승을 하기도 했지만 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엇보다 경기의 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지적과 냉소가 뼈아팠다. 더구나 2년 앞서 탄생한 NC 다이노스의 무서운 성장은 kt 위즈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모기업이 지원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루머까지 돌며 kt 위즈의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KT가 야구단을 창단한 것은 이석채 전 회장이 재임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석채 전 회장은 불명예 퇴진했고, 뒤를 이어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력 사업과 무관할 뿐 아니라 적잖은 비용 및 리스크를 지닌 야구단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는 뒷말이 나온 것이다.

반전의 서막이 열린 것은 6월부터다. 4월과 5월 잇따라 성사시킨 트레이드와 과감한 외국인 용병 교체가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이 구멍이었던 선수단은 어느덧 어느 정도 짜임새가 갖춰졌고, 팀색깔도 확실히 뚜렷해졌다. 여전히 꼴찌를 면하긴 어려웠지만, kt 위즈가 보여준 달라진 모습에 팬들도 화답하기 시작했다.

특히 kt 위즈의 적극적인 위기 탈출 노력은 결국 모기업의 지원과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한 바가 컸다. 지난 9월 야구장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기도 하다.

▲ kt 위즈 파크에서는 전용 앱인 '위잽'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 KT의 똑똑한 야구장 활용법… 황창규 회장의 ‘미소’

결국 kt 위즈는 프로야구 첫해 ‘좌충우돌’을 넘어 연착륙에 성공했다. 덕분에 KT는 많은 것을 얻었다. 먼저 든든한 마케팅 및 홍보 창구다. kt는 농구단과 게임단 등을 운영하긴 했지만, ‘국민 스포츠’인 야구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KT는 홈구장인 kt 위즈 파크에 기가(GiGA) 와이파이를 운영 중이다. 일반 와이파이보다 무려 3배 빠른 기가 와이파이는 2만 관중이 동시에 접속해도 빠른 속도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kt 위즈 전용 앱을 통해 티켓을 발권 받고, 스피드게이트를 통해 빠르게 입장이 가능하다. 앱을 통해서는 경기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기념품 가게 옆을 지나가면, 유니폼 할인에 대한 알림이 전달되는 식이다. 여기에 앉은 자리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주문해 배달받을 수 있고, 각종 기록도 손쉽게 살펴볼 수 있다.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야구장의 혁신’인 셈이다.

▲ kt 위즈 파크의 배트걸은 깜찍한 광고판을 헬멧에 부착하고 있다.
KT의 ‘야구장 마케팅’은 더욱 적극적이다. kt 위즈 파크에는 들어서자마자 어디서나 눈길을 사로잡는 181m 길이의 대형 외야 광고판이 있고, 여기엔 늘 KT의 다양한 상품서비스 광고가 게재돼있다. 야구장 안을 바삐 오가는 배트걸의 헬멧에도 깜찍한 크기의 광고판이 달려있다.

특히 KT는 그때그때 출시되는 서비스상품들을 야구장에서 적절히 홍보하고 있다. 지난 8월에 출시한 스마트지갑 서비스 ‘클립’이 대표적이다. KT는 ‘kt 위즈 클립데이’를 지정해 관중석에 클립을 숨겨두고, 이를 찾는 관중에게 10돈짜리 황금 클립을 전달했다. 이날 야구장에서는 ‘관중들의 보물찾기’라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여기에 ‘막내 구단’이라는 이미지는 KT의 이미지 역시 젊고 역동적인 것으로 바꿔줬다. 실제로 수원의 한 여성 야구팬은 “011시절부터 줄곧 SK 통신사만 이용했다. 그런데 야구를 통해 KT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최근에 폰을 교체하며 KT로 갈아탔다”고 밝히기도 했다.


▲ 지난 8월 펼쳐진 '클립데이' 당시 분주하게 클립을 찾고 있는 관중들.
이처럼 KT는 kt 위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황창규 회장의 마음도 녹였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달 130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kt위즈를 언급하며 “KT와 kt 위즈 야구단은 비슷하다. 사상 최대의 경영위기와 각종 악재를 겪었지만,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과 1등 DNA로 극복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구단을 애물단지로 여긴다는 루머가 돌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밝혔듯 KT의 야구단 창단이 이석채 전 회장 체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실 황창규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이석채 전 회장에게 발목을 잡혔었다. 심각한 경영악화는 기본이었고, 대출사기 사건, 정보유출 사건, 그리고 불가피한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후폭풍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kt 위즈 야구단은 황창규 회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전임 회장 덕을 보는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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