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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의 세상읽기] 천정배 의원의 ‘뻐꾸기 심보’
[박병모의 세상읽기] 천정배 의원의 ‘뻐꾸기 심보’
  • 시사위크
  • 승인 2015.10.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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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박병모:현 광주뉴스통 발행인, 전 광주 FC 단장,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시사위크] 정치가 바뀌고 변해야 산다. 4·29 재보선을 기폭제로 거세게 불었던 신당창당 바람이 주춤해진 상태다. 대한민국 정치가 확 달라져야 한다는 희망은 마치 ‘마포바지 바람 새듯’ 김이 빠져있는 상태다. 그렇게도 바랐던 신당창당이 갈수록 오그라들면서 일부 정치인들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푸념 섞인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고 때가 있는 법’이고, ‘쇠뿔도 달구어졌을 때 빼라’고 했다. 그렇다면 신당창당 작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긴가민가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곱씹어 본 결과 신당창당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천정배 의원의 ‘뻐꾸기’ 심보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뻐꾸기는 주로 딱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특이하게도 뻐꾸기 알은 딱새 보다 부화시기가 빨라 일찍 새끼를 낳는 특성이 있다. 닭이 껍질을 깨고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서는 알속의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밖에서 동시에 쪼아야 병아리가 태어나는 이른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를 뻐꾸기는 딱새 보다 먼저 터득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문제는 알에서 먼저 부화한 새끼 뻐꾸기가 고얀 성질을 부린다는 점이다. 어미 딱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홀로 독차지 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딱새 알과 새끼를 발로 차서 밖으로 밀쳐내 버린다.
 
그래도 멍청한 딱새는 뻐꾸기 알을 자신의 알 인줄 알고 소중하게 품으며 부화를 시켜준다. 하지만 그러한 고마운 정도 모르고 새끼 뻐꾸기는 날개 짓을 할 정도로 자라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둥지를 훌쩍 떠나 버린다.

한 정치인을 두고 ‘뻐꾸기’라는 칼럼을 두 번씩이나 쓴다는 게 어미 딱새처럼 씁쓸하기만 하다. 필자는 지난해 7·30 국회의원 재보선 때 광산 을에 출마하려했던 천 의원을 두고 '뻐꾸기'처럼 염치없는 ‘올드보이 천정배’ (7월2일자)라는 글을 썼다.
 
그런 그가 지난 4·29재보선 때 광주 서구 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호남정치 개혁’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오자 광주시민들은 ‘바로 그거야’라며 한껏 밀어줬다. 필자도 새정치연합의 대척점에 서서 천정배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여러 차례 쓴 바 있다.

그래도 천정배라는 사람이 구태정치를 일삼고 호남사람들의 씨(?)를 말리는데 앞장선 문재인 대표의 새정치연합보다 더 큰 역할을 해줄 거라는 기대감에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천 의원에게 ‘호남정치를 올곧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신당을 창당하라’는 지상과제를 주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천정배 의원은 당선 후 반년이 지나도록 뜸만 들이고 있다. 말만 신당창당을 한다 해놓고는 구체적인 목표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이런저런 핑계로 김만 빼고 있으니, 이제 천 의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답답하다 못해 느끼할 정도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신당창당 작업이 더디다는 소리가 난데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첫째는 호남지지 여론에 대한 천정배 의원의 착각이고, 둘째는 이중적인 정체성, 마지막으로 뺄셈정치를 하는데 있다.

우선 천 의원은 광주시민들이 자신을 뽑아준 것에 대해 자신이 잘나고 똑똑해서 뽑아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과거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하고 법무부장관까지 지냈던 그가 서울시장 경선과 송파를 거쳐 광산 을에 둥지를 틀려고 했을 때, 호남의 젊은 인재를 위해 얌체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게 지역 민심이었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4·29 재보선 때 천정배 후보가 비록 뻐꾸기처럼 염치없고 또한 철새의 이미지가 있다 하더라도 새정치연합에서 공천한 후보보다 인물 면에서 더 났고, 한번 바꿔보자는 목마름에서 천정배 후보를 택했다. 그리고 신당창당이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그렇지만 천 의원은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신당을 함께 창당하자는 일부 단체와 사람들을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가며 거절의 몸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둘째, 천 의원은 故 김대중 대통령(DJ)의 정신을 팔면서 구 민주계인 ‘동교동’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4·29 재보선 때 천 의원은 호남민심에 다가서기 위한 전략으로 선거 막판에 자신이 DJ 적자임을 내세웠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민주당을 뛰쳐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든 천·신·정의 한 사람인 천정배 후보를 두고 “DJ를 배신한 정치인”이라고 쏘아댔다. “DJ와 함께 찍은 플래카드를 내걸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천 의원으로서는 민주당을 분열시킬 때는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이고 싶었고, 재보선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호남정서를 감안해 어떻게든 ‘DJ 후계자’임을 팔고 싶었을 게다.

이런 이중적인 정체성을 가진 천 의원은 당선 후 처음으로 동교동계를 찾아가 이희호 여사를 알현했다. 

그 자리에서 “DJ를 정쟁거리로 이용하지 말라”는 따끔한 훈수를 이 여사로부터 들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물러났다. 천 의원의 당당함과 소신은커녕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다. 과거 민주당을 깨고 열린 우리당을 창당한 원죄 때문이었을 게다.

새정치연합이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계파싸움으로 일관하고 있는 시발점도 따지고 보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공신인 천 의원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어찌 보면 ‘친노-비노’가 아니라 구 민주계와 열린우리계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천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당선 된 후 뻐꾸기처럼 철저하게 호남정서를 이용하고 있다. 4·29 재보선 때 그는 같은 목포 출신인 DJ를 내세우고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해야 그나마 호남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몸소 체득했을 게다. 

하지만 천 의원의 원초적인 본능은 뼈 속 깊이 열린우리계 사람이라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그는 구 민주계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겉으로는 DJ 정신을 팔고, 속으로는 정치개혁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구 민주계를 배척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그래야 자신이 어렵게 얻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적자생존의 논리도 엿볼 수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신당창당 작업이 더딘 이유를 분석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구 민주계인 박준영 전남지사는 ‘신민당’이라는 당명으로 한 곳에서 한 마음으로 뭉쳐야 시너지를 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엉뚱한 곳에서 안철수, 김부겸, 심지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다른 사람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물론 성사는커녕 퇴짜만 맞고 있다.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판을 키우는 제스처로 볼 수밖에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천 의원의 이중적인 정체성으로 인해 신당창당 작업이 늦어지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세 번째로 천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뺄셈정치를 한다는 데 있다. 천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과 신당 합류여부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천 의원은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씀 드리기 어렵다"면서 "첫째로 중요한 것은 선명한 가치와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 비전을 공유할만한 분들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당 합류 대상을 "기성 정치인이라고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해놓고 구 민주계인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지사에 대해서만큼은 ‘안된다’고 힘을 빼는 발언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천 의원 자신이 신당창당 주역들에 대해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고 애매모호한 발언을 하는 자체가 힘을 합치는 덧셈정치가 아니라 뺄셈정치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을 마치 DJ와 같은 반열로 눈높이를 맞춰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천 의원이 간과한 게 딱 하나 있다. 신당창당을 통해 호남정치를 복원해달라는 간절함과 열망을 뻐꾸기처럼 악용할 경우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는 점이다. ‘줄탁동시’의 고사성어처럼 서로가 동시에 힘을 합쳐 ‘신당창당’이라는 병아리가 예쁘게 태어날 때 천 의원의 존재감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