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조은 교수를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 공천작업에 착수했다. 현역 20% 물갈이를 앞두고 비주류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현역의원 20%의 ‘컷오프’를 결정할 새정치연합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가 선임됐다. 난항을 겪었던 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출범, 현역의원의 평가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경선 출마자격 자체가 박탈된다는 점에서 향후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16일 새정치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우리당은 오늘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며 조 교수의 위원장직 확정 사실을 전했다.

앞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혁신안 의결 이후 일찍이 조 교수를 위원장으로 낙점했으나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여서 쉽사리 확정짓지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평가위 인선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조 교수의 위원장 임명을 강하게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 조은 평가위원장 임명한 문재인, 현역의원 20% 물갈이 시동

이에 대해 비주류 측은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위 자리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유승희 최고위원은 “국정교과서 저지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분란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조 교수가 19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바 있어, 친노성향의 인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비주류 측이 평가위 인선에 예민한 이유는 평가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공천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하위 20%에 속하는 현역의원들의 ‘컷오프’를 아예 혁신안에 못 박았다. 컷오프란 특정인의 경선 참여를 처음부터 배제하는 전략공천의 포석으로, 현역의원들에게는 ‘공천학살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평가위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계파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좌불안석은 호남 등 강세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이다. 약세지역이나 접전지역 출신 의원의 경우, 경선이 상대적으로 덜 치열하고 유권자들로부터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컷오프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천이 곧 당선인 강세지역의 경우 컷오프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문제는 평가기준이다. 물론 혁신위는 하위 20%의 컷오프 방침을 발표하면서 큰 틀에서의 기준은 밝혔다. 그러나 평가위가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해석차이로도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공천학살’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은 여전한 셈이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평가위 위원구성과 시행세칙 의결을 앞두고 치열한 당내 갈등이 벌어질 것을 관측하고 있다.

▲ 김무성 대표는 "현역의원 컷오프"는 없다고 버티고 있지만, 친박계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전략공천과 컷오프의 불가피함을 주장하고 있어, 현역의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략공천은 현역의원의 컷오프를 전제한 것’

이 같은 사정은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2차례나 컷오프의 쓴 맛을 봤던 김무성 대표가 “전략공천은 없다. 현역의원 컷오프는 없다”고 버티고 있으나 친박계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일찍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과 이한구 의원 등은 “컷오프는 불가피하며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에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압박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김회선 의원까지 자발적 불출마를 선언하며 현역의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서초갑으로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이다. 당의 강세지역 초선의원인 김 의원의 이 같은 자진사퇴는 다른 현역의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정치권에서 새누리당 내 현역 물갈이, 즉 컷오프의 시작이라는 관측이 줄지어 나온 이유다.

이는 청와대발 TK(대구·경북) 전략공천설과 맞물려 강한 휘발성을 갖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민경욱 대변인과 박종준 경호처 차장의 사의사실을 밝히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의혹의 시선은 여전하다. 특정인을 내리 꼽는 ‘전략공천’은 아니지만, 적어도 못마땅한 사람의 공천을 배제할 수 있는 ‘컷오프’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파동으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운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저하고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압력이나 차별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와 친박의 싸움이 전략공천을 하느냐 마느냐로 귀결되는 것 같지만, 사실 더 예민한 문제는 ‘컷오프’다. 전략공천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역의원의 컷오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며 “컷오프가 아직은 물밑에 있지만, 만약에 우선공천이든 전략공천이든 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된다면, 바로 컷오프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