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쿠전자 등 국내 정수기 렌탈 업체들이 사실상 부도 상태인 ‘한일월드’의 고객 계정을 이용해 마케팅을 벌여 뒷말을 낳고 있다.<사진='쿠쿠전자'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쿠쿠전자 등 국내 정수기 렌탈 업체들이 사실상 부도 상태인 ‘한일월드’의 고객 계정을 이용해 마케팅을 벌여 뒷말을 낳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 등 중견 정수기 렌탈 업체는 한일월드 영업사원들을 고용해 기존 한일월드 정수기 렌탈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해당 업체는 한일월드 정수기 이용자들에게 정수기를 자사의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 관련 의혹 사실이라면 ‘부당 고객 유인’ 해당돼

정수기 브랜드 ‘필레오’로 유명한 한일월드는 지난 9월 사실상 부도 상태에 들어갔다. 한일월드는 수개월 전부터 이미 자금난 등의 이유로 회사운영에 차질이 빚어졌고, 제품 이용자들은 사후관리조차 받을 수 없을 만큼 불편을 겪었다. 게다가 정수기에 문제가 생겨도 소비자 신고가 접수조차 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원성은 커질 대로 커져갔다.

이런 가운데 BNK캐피탈, DK인베스트 등 한일월드 채권단은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현대렌탈서비스 등 정수기업체 3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정수기 등 렌탈 제품의 사후관리 서비스를 맡겼다. 이중 쿠쿠전자는 1만~2만 계정을 맡아 위탁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당시 쿠쿠전자 측에서는 필터교체 등 기본적인 유지보수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계약해지 및 렌탈 제품 반환 등은 구체적으로 계약이 체결된 뒤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 <사진='한일월드'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된 점은 쿠쿠전자 측에서 한일월드 제품 이용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일월드 부도로 더 이상 관리가 어려우니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야 한다’며 멀쩡한 정수기를 자사 제품으로 교체하게 만들어 애꿎은 소비자들만 위약금까지 내며 교체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부당 고객 유인’의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현재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또, 쿠쿠전자 등 업체들이 한일월드 영업사원을 이용해 기존 한일월드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영업사원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해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해당 논란에 대해 쿠쿠전자와 함께 거론되고 있는 업체는 동양매직이다.

이와 관련 <시사위크>는 쿠쿠전자 측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한편 한일월드는 자금난에 시달리다 지난 8월 오너인 이영재 한일월드 대표이사가 잠적, 임금체불과 렌탈 사기로 회사 직원과 고객들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한일월드는 2014년 5월 1대당 950만원 상당의 음파진동 운동기기를 4년간 무료로 렌탈하는 조건으로 고객 1만여 명을 모집했으나 2015년 7월부터 고가의 할부금을 대납하지 않고 BNK캐피탈로부터 대출받은 1,00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재 대표는 당시 잠적했지만 지난 9월 11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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