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은행과 보험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증권사들이 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반면, 보험사들의 경우 일부 대형사들을 제외하곤 커다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일부 중소형 손해 보험사들의 사정은 더욱 안 좋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가장 초라한 사업 실적으로 ‘사업 철수론’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손보의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44억원대에 불과해 사업 영위의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금융사 중,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꼴찌 

국내 금융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올해 2분기 처음으로 110조원을 넘어섰다. 2005년 12월 첫 제도 도입 당시 적립금 잔액이 163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되면 2024년에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43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사들 가운데 이런 시장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곳도 많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9년째 퇴직 연금 적립금이 수십억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보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은행·증권·보험 등 전 금융업권 중 가장 낮은 4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손보 퇴직금 적립액은 2006년 10억원으로 시작해 2009년~2011년 100억대 초반으로 잠시 높아졌을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40억원대를 밑돌았다.

퇴직연금 사업 관련 수익은 적립금에서 나오는 수수료로 이뤄진다. 금융업계에선 해당 사업으로 일정한 수익을 얻으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적립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적립금 규모가 큰 손보사들의 경우, 1조원의 이상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올 6월 기준 삼성화재는 퇴직 연금 적립금이 2조8,63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손보 1조9,935억원, 롯데손보 1조1,891억원, 현대해상 7,936억원의 수준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 안팎에선 한화손보가 사업 철수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수년째 나오고 있다. 큰 수익이 나지도 않는 사업을 운용하다가 손실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사업 영위’ 재검토 시점” 지적에도 한화손보 “사업 안 접어” 배짱

보험개발원 역시 최근 퇴직연금 사업에서 부진한 회사들이 사업 철수를 고민할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보험개발원 ‘퇴직연금 시장변화에 따른 전망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보험권은 점유율 하락과 경쟁심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면서 “퇴직연금시장의 투자확대 또는 시장철수를 고민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저조한 수익성에 일찌감치 사업 자체를 포기한 보험사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12년 메리츠화재가 시장에서 철수했고, MG손보도 그 해에 사업을 접었다. 올해에는 ING생명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한화손보는 아직 사업을 접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사업 철수와 관련해서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퇴직 연금 사업이 큰 수익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 유지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확대를 위한 어떤 전략도 마련치 않고 있어 한화손보의 퇴직 연금 사업은 부진의 늪을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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