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지난 10월 19일 OECD가 발표한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6.58점)보다 낮았고, 순위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이었다. 게다가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졌다. 15∼29세의 만족도(6.32점)는 50대 이상(5.33점) 점수보다 1점 가량 높았다. 한국은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사회 연계 지원’(perceived social network support) 부문에서 72.37점으로 OECD 평균 88.02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물론 34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15∼29세의 점수는 93.29점으로 OECD 평균(93.16점)보다도 높았지만, 50세 이상의 점수는 67.58점으로, 60점대를 받은 나라는 터키와 한국뿐이었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80∼90점대를 기록했다. 나이가 들수록 의지할 만한 주변 사람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한 한국은 ‘일과 삶의 균형’ 점수에서도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지난 10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영국의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15년 세계노인복지지표 (The Global AgeWatch Index)>를 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96개국 중 60위 수준으로, 일본(8위)은 물론 태국(34위), 베트남(41위), 스리랑카(46위), 필리핀(50위), 키르기스스탄(51위), 중국(52위), 타지키스탄(58위)보다도 못했다. 특히 소득안정성 부문은 82위로, 르완다나 우간다 등 아프리카 최빈국과 비슷한 최하위수준이었다. 한국은 ‘연금소득보장’이 조사대상 국가들의 평균에도 못 미쳐 52위였으며, 노인빈곤율은 48.5%로 전체 평균 13.4%의 2.8배로 단연 1위였다.

2014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평균 빈곤율은 49.6%(중위소득 50% 기준)로, OECD 평균12.4%보다 4배 높다. 노인 2명 중 1명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06년 43.9%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공적연금 수준은 매우 낮아 노인 빈곤을 상쇄하지 못한다. 사회공공연구원에서 10월 2일에 발표한 <국제비교로 본 한국의 노인빈곤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OECD 33개 국가의 시장소득기준 노인빈곤율은 70.1%이지만, 공적연금을 포함한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2.1%로 무려 58%p나 감소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61.3%에서 49.6%로 11.7%p만 감소한다. OECD국가의 노인 가구 소득원의 59%가 공적연금인 반면, 우리나라는 고작 16.3%에 불과하다. 노인 가구 소득의 63%를 근로소득이 차지한다. 공적연금 수준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친구야! 내가 왜 이렇게 노인 관련 통계 수치들을 계속 보여주었는지 아는가? 정부에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현재 65세로 되어 있는 노인 기준을 높이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야. 지난 5월에 대한노인회라는 관변 단체가 “노인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주장할 때 이미 정부가 뒤에 있다는 걸 알았지. 대한노인회? 나도 65세가 되면 그 단체의 회원이 되는가? 그들이 어떻게 전체 노인을 대표하게 되었지? 정년이 늦춰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니, “젊은 세대와 상생한다는 차원에서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노인의 복지 혜택 수습 기간을 늦추겠다”는 성명을 읽으면서 의심이 들더군. 그들이 뭔데 ‘노인의 복지 혜택 수습 기간’을 늦춰? 그들도 가난할까? 그런 관변 단체의 상부 구성원들을 보면 대부분 보통 노인들과는 사회경제적 위치가 다른 사람들이거든.

실제로 나이가 65세 이상인 사람들이라고 모두 같은 ‘노인’은 아니네. 현대경제연구원(HRI)이 지난 8월에 발표한 <우피족(Woopie)과 푸피족(Poopie) -부유한 노인과 가난한 노인의 소득 격차 확대>라는 보고서를 보면, 노인들 사이에서도 부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었네. 통계청의 ‘2006~2014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사용하여 노인들의 경제적 특성을 분석한 그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으로서, 중위소득 150% 이상, 65세 이상 가구주’인 우피족은 고령층 가구 371만 가구 중 6.2%인 23만 가구였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노인으로서, 중위소득 50%미만, 65세 이상 가구주’를 뜻하는 푸피족은  54.0%인 200만 가구였네. 절반 이상의 노인들이 빈곤하다는 뜻이지.

우피족과 푸피족의 소득 격차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네. 2006에서 2014년 사이 푸피족의 월평균 경상소득은 51만원에서 63만원으로 연평균 2.7% 증가한 반면, 우피족은 448만원에서 580만원으로 연평균 3.3% 증가했네. 그래서 두 집단의 경상소득 격차가 2006년 약 8.8배에서 2014년에는 9.2배로 늘어났지. 게다가 푸피족의 시장소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네. 2006년과 2014년 사이에 늘어난 경상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할 경우, 푸피족의 월평균 시장소득은 2006년 39만원에서 2014년 33만원으로 연평균 2.1% 감소한 반면, 우피족은 379만원에서 442만원으로 1.9% 증가했네. 가난한 노인들은 점점 공적이전소득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다는 뜻이지.

이런데도 상부구성원 대부분이 우피족일 가능성이 높은 노인들의 단체가 마치 전체 노인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가난한’ 노인들의 복지혜택을 줄이겠다고 나섰으니 우습지 않는가? 또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등한시한 채, 그런 노인회를 앞세워 대다수 노인들을 속이고 있는 보건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한심스럽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한다는 정부가 점점 꼼수만 늘고 있으니 불신이 더 깊어 질 수밖에.

노인 연령이 70세로 상향조정되면 많은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을 하면 된다고? 고용 없는 성장이 세계적인 대세인데, 그 많은 노인들이 일할 자리가 어디 있나? 이 정부는 무슨 재주로 청년 일자리도 만들고, 노인 일자리도 늘리겠다고 하는지 궁금해지네. 우리나라 노인들처럼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하는 나라도 드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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