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흔한 말로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렵다는 것’이 요즘 청년 취업이다. 그런데 최근 농협은행에서 청년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입직원(6급)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 불합격자 1,990명에게 실수로 ‘합격’을 통보한 후 이를 뒤늦게야 번복한 것이다.

농협은행 측은 “대행업체 측의 작업 실수로 발생한 문제”라며 즉각 사과하며 정정 안내했으나, 몇 시간 만에 ‘기쁨’이 ‘절망’으로 바뀐 취업 준비생들은 허탈한 마음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 “대행업체의 실수 탓” …‘허탈감’ 빠진 지원자들

농협은행은 지난 28일 오후 5시 홈페이지를 통해 하반기 신입사원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내 30분 뒤 합격자 통보 페이지를 폐쇄했다. 채용대행업체인 인크루트 측의 전산 작업 실수로 서류전형에 불합격한 1,990명이 ‘합격자’로 잘못 게시됐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측은 3시간 뒤인 오후 8시가 되어서야 불합격자로 정정해 발표했다. 합격의 기쁨을 누리던 지원자들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농협은행은 ‘합격’으로 잘못 발표했던 불합격자에게는 전화로 일일이 통보하면서 사과했으나 지원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미 ‘필기시험’을 대비해 문제집을 구입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다는 지원자들도 있어 반발이 컸다.

 
이에 농협은행 측은 “대형업체의 실수로 발생한 사고지만, 채용기관으로서 책임을 진심으로 통감하고 있다”며 “합격자 번복으로 인해 혼선과 심적 고통을 겪은 지원자들에게 위해 은행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농협은행 측은 1차 서류합격자 발표 오류와 관련해 피해자에게 추가합격 등의 기회를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하 농협은행 행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추가로 합격시킨다면) 이미 합격한 사람에게 오히려 피해를 입히는 것이어서 불가능하다”라며 “그 분들이 입은 피해가 있을 경우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 혹시 필기 대상자인줄 알고 학원을 다니거나 책을 샀다면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 실업 해소에 적극 나선다더니 …

다만 지원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밝히면서도 이번 오류가 대행업체의 실수 탓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행장은 “합격자 확인 작업을 소홀히 하진 않았지만 채용관리를 외주로 맡은 대행업체에서 오류를 범한 것으로 안다”며 “불편을 겪은 지원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농협은행이 지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집 값 등의 보상 대책을 운운하는 것으론 지원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란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금융권이 청년 실업 해소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피해 지원자들에게도 응시의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라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편 최근 신용보증기금은 신입사원 채용 온라인 평가에서 전산오류가 발생하자, 응시자 전원에게 2차 전형인 필기시험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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