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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먹거리’ 풀무원, ‘나쁜 먹거리’ 비난에 불매운동까지 ‘왜’
‘바른 먹거리’ 풀무원, ‘나쁜 먹거리’ 비난에 불매운동까지 ‘왜’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5.10.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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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무원 화물운송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여의도 광고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바른 먹거리’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풀무원. ‘정직한 기업’을 강조하는 풀무원은 주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주부들 사이에서 꽤 좋은 이미지와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풀무원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파업에 나선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조탄압 뿐 아니라 식품 위생 및 안전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최근엔 여의도의 한 광고탑에 올라 고공농성도 시작했다. 특히 ‘풀무원 불매운동’은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계로 점차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 “우리가 영화 ‘베테랑’의 정웅인”

왜 이런 갈등이 빚어진 것일까.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들이 누군지 알아보자. 이들은 풀무원 또는 풀무원 하청업체에서 생산된 제품을 운송하는 일을 하는 화물노동자들이다. 하지만 풀무원의 직원은 아니다. 풀무원은 물류계열사로 엑소후레쉬물류를 두고 있다. 그런데 엑소후레쉬물류의 직원 또한 아니다. 이들은 엑소후레쉬물류의 화물운송을 대행하는 운수회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갈등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노조탄압이다. 지난 28일, 여의도 고공농성장에서 만난 윤종수 분회장은 “프락치를 심어 화물연대 활동을 방해 및 와해했고, 화물연대 스티커를 부착하면 일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화물연대는 그 특성상 노조전임자도 없고, 함께 모여 일하는 것도 아니다. 노조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트럭에 부착하는 스티커인데 그것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근무환경이다. 화물연대 측은 풀무원 화물운송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업계에서도 최악이라고 지적한다. 이틀에 걸쳐 이뤄진 스케줄은 하루 평균 19시간을 운전하고, 차에서 새우잠을 자야하지만, 임금은 최저수준일 뿐 아니라 20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윤종수 분회장은 “우리 연봉이 수 천 만원 된다고들 하는데, 여기엔 차량유지비가 다 포함된 것이다. 그걸 빼고 나면 최저시급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종수 분회장은 “얼마 전 흥행한 ‘베테랑’을 봤다. 거기서 정웅인 씨가 ‘우린 업주하고 거래처 잘 만나야 돼. 일만 많으면 뭐해요 제대로 받질 못하는데’라고 말한다. 짧은 대사고, 일반 관객들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정말 와 닿는 대사였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풀무원의 해명자료 중 일부.
◇ 조목조목 반박하는 풀무원… 갈등 확산 양상

반면 풀무원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화물연대 측이 제기한 노조탄압이나 근무환경 문제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식품업체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풀무원은 지난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화물연대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화물연대 스티커 부착을 막을 뿐 아니라 ‘노예계약서’라는 지적까지 받은 ‘도색유지 서약서’에 대해 “자발적으로 서명한 것이며, 차량에 부착된 풀무원 로고를 훼손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근로조건이나 생존권 투쟁이 아닌, 특수고용종사자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화물연대 본부의 정치적 목적에 있다”고 강조했다.

20년간 운송료 동결을 비롯한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지난 1월 화물연대가 제시한대로 운송료를 8% 인상하는 등 꾸준히 운송료를 올려왔고, 평균 운행시간도 11시간으로 국내 평균보다 적은 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입차주들이 풀무원과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맺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회사의 제품운송을 책임지고 있는 소중한 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풀무원은 지난해 결성된 화물연대 분회를 인정했을 뿐 아니라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고 있으며 12개 합의사항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풀무원은 불매운동의 근거가 된 식품 위생 및 안정성, 물량 밀어내기 등에 대한 의혹 역시 모두 사실과 다른 악의적 음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처럼 풀무원과 화물연대의 갈등은 ‘진실 공방’의 양상을 띠며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공농성이 시작되고, 민주노총 등 노동·사회계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민주노총은 지난29일 여의도 고공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은 소속 노동조합이 영향을 미치는 모든 곳에서 풀무원 제품을 쓰지 않도록 조직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풀무원의 해명은 바른 해명이 아니다. 풀무원은 다른 악덕기업과 마찬가지로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화물노동자들의 취약한 지위를 악용해 자신의 노동착취와 노조탄압의 비윤리성을 감추려 한다. 풀무원이 사회적 지위에 걸 맞는 책임을 다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풀무원 측은 해명자료에서 “화물연대는 허위주장으로 ‘특정기업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회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