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 수성 및 쟁탈에 사활을 건 재벌 총수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면세점은 그 자체로 특별한 존재다. 이미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갈수록 늘면서 미래까지 밝다. 기업 입장에선 꼭 갖고 싶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무나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면세점 운영이 가능하고, 이는 극히 소수에 해당한다. 때문에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 여력이 있는 재벌 대기업들은 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사활을 건다. 그리고 지금, 서울 시내 면세점 3곳과 부산 지역 1곳에 대한 새로운 심사 결과를 5일 앞두고 있다. 기존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던 기업은 사업권 수성을 위해, 사업권을 쥐지 못했던 기업은 쟁탈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 착한 기업의 기부금?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 있다. 앞서 지적한대로 면세점 사업은 그 자체로 엄청난 특혜다. 따라서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한 능력과 더불어 ‘사회적 명분’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면세점 특허심사 평가기준에 기부금 비율, 상생 등 사회적 공헌에 대한 평가가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이는 최근 해당 기업들의 행보와도 연결된다. 서울 지역 2개 면세점의 사업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청년 희망펀드에 사재 70억원(임원 포함 100억원)을 기부하는 등 올해만 270억원의 개인재산을 기부했다. 또한 롯데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1,5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으며, 청년 취업 문제 등에 대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청년 희망펀드에 60억원(임원 포함 100억원)을 쾌척했으며, SK그룹은 최근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을 마련해 1,000여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두산은 박용만 회장이 청년 희망펀드에 사재 30억원(임원 포함 35억원)을 기부했으며, 동대문 상권을 살리기 위해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설립하고 두산그룹과 박용만 회장이 각각 100억원씩 투입했다.

부산 면세점을 지키고, 서울 시내 면세점을 따내고자 하는 신세계는 오너일가의 특별한 기부는 없었지만, 면세점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중을 비교적 높게 잡았고, 최근 기업 차원의 기부활동도 크게 늘어났다.

그밖에 이들 4개 기업은 저마다 상생 및 사회적 공헌에 대한 공약을 앞세우며 ‘면세점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의 한 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사진=뉴시스>
◇ 나쁜 기업의 사회적 비용

그렇다면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쏟아지는 기부금을 제외하고, 이들 기업들은 정말 면세점이라는 특혜를 얻을 만한 자격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먼저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롯데를 살펴보자.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 진흙탕 싸움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드러난 롯데그룹의 부조리함은 재벌 대기업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또한 롯데홈쇼핑의 비리나 롯데호텔의 청년 해고, 롯데마트의 노조탄압 등 사회적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두산은 중앙대를 인수 및 운영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비리가 드러나 현재 이와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은 징역 5년,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은 징역 7년이 각각 구형됐다.

막말 파문까지 일으켰던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은 사태가 불거진 뒤 모든 직함에서 물러났지만, 두산 발(發) 구조조정 및 일방적 학교 운영은 많은 학생 및 교수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또한 지성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을 갈등과 비리로 물들였음에도 두산은 여전히 중앙대를 손아귀에서 놓지 않고 있다.

신세계 역시 부도덕하면 빠지지 않는다. 최근엔 지난 2006년에 이어 또 다시 차명주식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규모가 800억원대를 훌쩍 넘는다. 또한 신세계는 최근 몇 년간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던 골목 상권침해의 중심에 있었다. 최근 드라마로 방영중인 ‘송곳’을 떠올리게 하는 노조탄압 역시 신세계 이마트에서 벌어진 바 있다.

이들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그 사회적 비용은 면세점 심사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내놓은 기부금 및 기부 공약을 훨씬 뛰어 넘는다. 최대 조단위의 연매출을 안겨주는 면세점 사업을 위해 ‘착한 기업 코스프레’에 나선 이들의 모습이 불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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