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사진제공: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최근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수저계급층’이다.

이는 부모의 재산 규모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신의 계층을 ‘수저’로 구분 짓는 것으로, 젊은 층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금수저’들에 대한 반감이 표출돼 나온 신조어다. 최근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미성년 손주 7명이 1,000억대 ‘주식 부자’에 등극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수저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다국제 제약사와 수조원대의 기술 수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주가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주가 급등으로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미성년 손주 7명이 순식간에 ‘천억대 주식 부자’로 등극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임 회장의 12세 친손자인 임군은 2011년 전후 증여나 무상 신주로 취득한 한미사이언스 등 한미약품 계열사 보유 주식의 가치가 6일 종가 기준 1,094억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성년자 주식 부호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 주가 급등으로 오너 손주들 주식 가치 '폭등'

올해 7∼11세인 임 회장의 나머지 친·외손주 6명도 비슷한 시기 증여나 무상 신주로 받은 계열사 주식의 가치 역시 똑같이 1,069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손주 7명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모두 7,510억원으로, 올해 초 611억원의 12.3배 규모로 불어났다.

이들이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임 회장의 증여 탓이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당시 만 4세부터 9세인 손자, 손녀들에게 수십억대의 주식을 증여했다. 올해 대규모 수출 계약 건으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임 회장의 손주들은 순식간에 ‘재계 어린이 주식 부자’로 등극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7억달러 규모의 표적항암치료제를 수출했고, 7월에는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에 7억3,000만달러짜리 폐암 치료제 계약을 성사시켰다. 또한 최근 사노피아벤티스와 자체 개발한 당뇨 신약을 5조원대에 수출했다. 이는 오랜 R&D 투자 끝에 거둔 쾌거로,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하지만 오너의 미성년 3세들이 증여받은 주식을 기반삼아 순식간에 주식 부자로 등극하자 일반인들은 대체적으로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반 서민들은 평생을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부를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쉽게 거머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부와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최근 젊은 층들 사이에선 ‘수저계급론’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수저로 출신 환경을 빗대는 표현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mouth·부유한 가정 출신이다)'라는 영어 숙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세금 감면 꼼수 논란’ 못 피해

흔히 재벌가의 자녀들을 놓고 우리 사회에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말하곤 한다. 이 같은 부의 세습은 일반인들에게 종종 박탈감을 안겨준다. 특히 최근 부모의 가난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현상이 사회에 고착되면서 이런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재벌 오너일가들의 ‘어린이 주식 증여’는 ‘세금 감면 꼼수’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미성년자에게 미리 주식을 넘기면 주식 가치 증가분에 대해 증여세 없이 부를 물려줄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주식 증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해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주식 증여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에도 ‘미성년 주식부자’는 계속 증가 추세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상장사 주식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만 19세 이하(1995년 11월 6일 이후 출생자) 미성년자는 모두 366명으로 지난 9월 말의 262명보다 2개월 만에 100명 이상 늘어났다.

이 중 100억원 이상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모두 14명으로 집계됐다. 미성년자의 주식가치는 이미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총액 1조58억원을 기록, 연초(3673억원) 대비 173.9%나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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