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악재를 만난 독일차 4곳의 독일차 업체 폭스바겐,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독일차 4개 브랜드가 나란히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는데 앞장서왔던 이들이지만, 고객들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 수입차 판매량도 이례적으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 추락한 수입차 판매량, 힘 빠진 BIG4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0월 수입차 등록대수는 1만7,423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1만6,759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앞선 9월(2만391대)은 물론 올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6월(2만4,275대)과 비교하면 판매량 급감이 더욱 눈에 띈다.

가장 눈에 띄게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역시 폭스바겐이다. 10월 판매량이 1,000대를 넘지 못했다. 3,000대 안팎을 꾸준히 오갔던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이 1/3토막 난 셈이다. 폭스바겐의 9월 판매량은 2,901대였으며, 6월에는 무려 4,321대나 팔린 바 있다. 심지어 10월 1,071대를 판매한 푸조에 밀려 4위권에서도 쫓겨났다. 폭스바겐이 수입차 점유율 부문에서 4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11년 11월 이후 4년만의 일이다.

폭스바겐 그룹 소속의 아우디 역시 최근 이어진 상승세가 꺾였다. 아우디는 지난 4월 1,010대로 저점을 찍은 이후 7월 2,617대, 8월 2,796대, 9월 3,401대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나 10월엔 2,482대로 떨어졌다.

BMW는 오히려 하향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6월 무려 5,744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BMW는 이후 3,926대, 3,642대, 3,506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더니 10월엔 3,156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3,004대 이후 최저 수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상황은 그나마 가장 낫다. 10월 3,713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지난 9월(4,329대)에 비해선 다소 아쉽지만 평균에서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다. 벤츠는 10월 수입차 점유율에서도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른 수입차 업체들과 비교하면 이들의 부진은 더욱 확연히 나타난다. 푸조는 폭스바겐까지 밀어내며 도약했고, 토요타는 10월 792대를 판매하며 올해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렉서스 역시 731대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으며,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진 업체는 드물었다.

◇ 수입차 고객 신뢰 ‘와르르’… 반전 맞은 자동차 시장

물론 폭스바겐, 아우디, BMW, 벤츠 이들 4개 업체의 다소 아쉬운 실적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고객 신뢰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하락세가 가장 뚜렷했던 폭스바겐은 오히려 이러한 현상이 당연해 보인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전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고, 전세계적으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당장 판매량 하락만이 문제도 아니다. 주가폭락, 천문학적인 벌금, 고객들의 소송제기 등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같은 그룹인 아우디 역시 마찬가지다. 폭스바겐보단 덜하지만 악재를 피하진 못하고 있다. 고객 신뢰가 심각하게 추락했고,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 모두 전망도 밝지 않다.

BMW는 또 다른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BMW 화재사고다. 운행 중이던 BMW 차량에 불이 붙고 전소되는 사고가 불과 일주일 새 4건이나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고속도로 및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져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화마에 휩싸인 BMW 차량은 5시리즈 모델이 3대, 7시리즈 모델이 1대였으며, 디젤과 가솔린 차량이 각각 2대씩이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화재 원인 및 결함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3대의 차량은 사설 공업사에서 수리한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 여부를 떠나 일주일 새 4건의 화재사고가 BMW 차량에서만 발생했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BMW 측은 사과 입장을 발표하며 당장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BMW 코리아 측은 10일 “최근 일어난 일련의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고객분들에게 불편과 불안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며 “해당 사고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고객들의 불안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급차의 대명사 벤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벤츠는 잦은 시동꺼짐으로 인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시동꺼짐 현상과 벤츠 측의 대응에 항의하며 자신의 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부숴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또한 같은 문제로 제시된 소송에서는 고객에게 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며, 교통안전공단이 조사를 착수한 상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자칫 줄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수년간 수입차의 국내 시장 공략은 꾸준히 강화됐다. 과거엔 ‘수입차=고급차’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차량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20만대를 가볍게 넘어설 기세를 보이고 있다. 10월까지 누적판매량 만해도 이미 19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 대표 수입차 업체 4곳이 나란히 악재를 맞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수입차들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차 업체들은 10월 내수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4개 수입차 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모두 고객 신뢰 및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신뢰와 이미지는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반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반전을 맞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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