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경 예결위원장과 김성태, 안민석 예결위 간사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여야가 예산안계수조정소위(예산소위) 명단을 속속 결정하며, 본격적인 예산안 조정국면에 들어갔다. 예산소위가 사실상 국비확보의 막후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소속 위원들을 향한 무한구애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예산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회 예결위 산하 예산소위위원은 선수와 나이를 떠나 꼭 들어가고 싶은 자리 중 하나다. 각 상임위 심사를 통과한 정부예산안의 최종적인 증감을 예산소위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산소위를 통과한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따로 변경하지 않고 의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예산조정 단계라고 볼 수 있다.

◇ 예산소위 출범, 의원들은 ‘국비확보 총력’

이런 이유에서 국비확보에 사활이 걸린 의원들은 직접 소위에 들어가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자신과 가까운 의원이 소속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자신의 지역에 배정된 예산의 감액을 막고, 증액까지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다. 소위에 입성한 의원들을 상대로 ‘쪽지’ 등을 보내 자신의 지역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이른바 ‘쪽지예산’이다. 의원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적극적으로 가세해 소위위원들을 향한 구애를 펼친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보낸다고 해서 ‘카톡예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 예산조정소위 위원명단
물론 의원들 사이 친분이나 권력의 우열에 따라 예산분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정치가 ‘희소자원의 분배’라는 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꼭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어느 때보다 소위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지역에서는 국비확보가 능력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추세여서 위원선정에 당 지도부의 고민이 컸다.

이에 여야는 지난 11일 오후, 당초 15명이었던 정원에 1명씩을 더해 전체 17명의 위원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예결위원장 김재경 의원을 비롯해 김성태 예결위 간사, 이우현, 나성린, 안상수, 박명재, 서상기, 이종배, 이정현 의원이 포함됐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안민석 예결위 간사와 이인영, 정성호, 최원식, 박범계, 이상직, 권은희, 배재정 의원이 소위에 들어갔다.

◇ 총성없는 전쟁, 시작부터 ‘삐걱’

너무나 뜨거운 경쟁이 문제였을까. 예산소위는 출범 첫 날부터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야지도부가 1명씩 늘리기로 한 것에 대해 김재경 예결위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예결위 의결로 15명이 확정됐는데 더 이상 증원은 불가능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주요 상임위인 법사위 인원이 16명인데, 작은 단위의 ‘소위’가 너무 비대해졌다는 게 이유다.

이 같은 해프닝은 지역안배를 고려하다보니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8명의 명단을 발표했던 새누리당에서는 강원과 호남이 배제됐다. 강원과 호남이 소외지역으로 예산을 서로 챙겨줬던 전례에 따라 이 지역 의원이 소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황은 새정치연합도 마찬가지다. 최초 알려진 6명의 명단에는 영남과 강원이 빠져 있었다. 여야 합의로 1명의 여유가 생긴 새정치연합은 부산출마가 유력한 배재정 의원과 인천의 최원식 의원을 소위에 투입했다.

그러나 김재경 위원장과 김성태 예결위 간사가 증원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12일 예정된 첫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증원하기 보다는 의결된 바(15명)에 따라 명단을 수정 작성하여 소위가 조속히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양당 지도부에 새로운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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