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현 오렉스 대표.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최초 5파장 절전형 램프 개발, 전국 대형마트 700개 매장에 친환경 조명으로 입점 등 한때 조명업계에서 오렉스는 소위 잘 나가는 업체였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국내 최초로 글래스 튜브 국산화에 성공한 소식도 전해왔다. 하지만 현재 오렉스의 공장은 문을 닫았고 그 곳에서 종사하던 직원 80여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또 회사를 이끌던 정신현 대표는 LG디스플레이와 희성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최근엔 구자경(90) LG그룹 명예회장의 둘째·넷째 아들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회장 등을 사기혐의로 고소, 재정신청을 진행 중에 있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1월 대화역 인근 카페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LG디스플레이와 희성전자가 오렉스를 이용해 글래스 튜브 단가 인하를 하는 등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오렉스라면 조명업체로 이름나 있었다. LCD램프용 유리관 사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LCD BLU 램프용 유리관은 당시 LCD모니터에 필수부품이었지만,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었다. 우리는 2007년부터 사업을 검토했지만 다음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정리하고 조명사업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었다. 근데 2008년 12월 초 희성전자로부터 긴급미팅 제안이 들어왔다. 미팅에서 희성전자 측은 LG디스플레이에서 2010년 하반기를 목표로 램프의 효율을 높이는 V6 프로젝트를 계획 중에 있어서 자신들도 설비를 2배로 확장 중에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1년 후에는 월간 1,500-2,000만개(연간 2억개) 물량이 예상된다며 희성전자 파트너로 V6프로젝트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유리공장은 한번 가동하면 계속 물건을 생산해야 되기 때문에 V6 개발용으로만 하기엔 그렇고, V5의 우선납품이 돼야한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동의했었다.

그래서 공급단가를 받고 검토를 해보니 연간 200억 매출규모가 나오더라. 이후 자료를 정리해 산업은행을 방문했고, 산업은행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참여를 통보했다."

-전망을 좋게 본 것 같다.

"물론이다. 무엇보다 희성전자는 범LG가(家) 회사로 믿을만했다. 그리고 LG디스플레이에서도 자신들이 매달 회의를 제안했다. 중소기업 CEO는 대기업 담당자 한명도 만나기 힘들다. 근데 20조가 넘는 회사에서 매달 수명씩 온다는 게 일반적인 것이냐. 당시 오렉스에는 한국유리가 유리관 사업을 중지하면서, 한국유리 연구소 경험 30년 이상된 사람들이 넘어왔다. LG디스플레이도 우리 기술진을 보고 신뢰를 준 것이다.

▲ LG디스플레이 내부회의록 일부 발췌.<제공=정세현 대표>
2009년 2월말 상견례 이후 3월 열린 1차 미팅 때는 LG디스플레이가 V6 프로젝트 설명과 부품인정 4개월을 확정지어주기도 했다.

이후 회의가 진행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용해로 두개로 월 4,500만개 준비하는 공급체계를 갖추라는 말도 했다. 물론 중소기업으로서 비용 부담이 커 추후 추가하겠다고 답했다. SV창투사도 4월 22일 LG디스플레이, 희성전자 관계자와의 미팅자리에 한번 참관한 후 5일 만에 투자결정을 했다.

또 희성전자는 2009년 6월 아직 공장설비도 들어오기 전에 자신들의 협력사에서 만든 LCD관련 커팅기까지 우리공장에 설치하게 했다."

-제품만 만들어내면 바로 구매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는 말인데, 어떤 점이 문제였나.

"2009년 10월 8일 용해로에 점화식을 한 이후 최초 샘플의 강도가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인정해 다음해 3월말까지 희성전자가 요구한 특성과 공장심사를 끝냈다. 근데 희성전자 측은 2009년 12월부터 우리 공장을 방문 하지 않더라. 부품인증을 마쳐달라는 이메일에 답장도 없었다.

이후 매일 제품을 만들고 부수고 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한번 불 지핀 용해로는 가만히 놔두면 붕괴되기 때문이다. 22개월간 매달 5-6억원씩 총 110억원의 원료비가 지출됐고, 생산팀장, 공장장 할 것 없이 모두가 자기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을 깨뜨려 버리는 고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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