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최초 사업을 시작할 때 계약을 안 한 건가? 다른 쪽으로 판매를 할 방법은 없었나.

"초기에 계약요청을 하긴 했었다. 근데 (희성전자 측이)아직 공장도 안 짓고 샘플도 안 나왔는데 계약부터 얘기 하냐고 해서 그것도 그렇다 싶더라. 그때 내가 실수한 것 같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와 희성전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만큼의 믿음을 줬다.

그리고 다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긴 어려웠다. 무엇보다 부품인증을 받는 게 우선이었다. 당초 삼성전자에서도 CCFL용 샘플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LG디스플레이와 희성전자의 EEFL 프로젝트에 전력한다며 거절한 바 있다. 이후 우리가 제작한 것은 LG디스플레이 EEFL용 램프용 유리관이었다. 이는 삼성의 CCFL용과 재질부터 다르다. 특히 삼성의 CCFL은 의료용과 (제작)온도가 비슷해 겸용으로 쓸 수 있지만, LG디스플레이용은 제작온도가 다르다. 여기에 맞춰서 용해로 내화벽돌을 설계했었다. 처음부터 안 받아준다고 했으면 문을 닫고 다른 의료용 유리관을 생산했겠지만, 받아줄 것처럼 엉거주춤 22개월간 시간을 끌어온 것이다."

-이후 부도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2010년 7월경 희성전자로부터 요구조건을 만족시킨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받았다. 하지만 그보다 2개월 먼저 LG디스플레이가 V6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통보해왔다.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V5용 유리관 납품이라도 하기 위해 부품승인을 요구했지만 이듬해 7월에나 이뤄졌다. 그제야 납품을 하라는데 용광로 내화벽돌 수명은 이미 2011년 4월부로 종료된 상태였다.

▲ 지난 2011년 희성전자가 작성한 2012년도 오렉스 유리관 발주계획.<제공=정세현 대표>
이에 산업은행에 내화벽돌 교체비용 20억원을 융자하기 위해 갔더니 물량계약을 받아오면 주겠다고 했다. 희성전자에 사정사정 했지만 연간 9억원의 물량을 제시하더라. 2달 운영비도 안 되는 돈이다.

그래서 구본능·구본식·권영수에게 편지를 보냈다. 요약하면 ‘너희로 인해 250억을 투자했는데, 승인지연으로 해서 용해로 수명이 다됐다. 그래서 선급금으로 30억원만 해주던지, 아니면 오렉스 자체를 M&A해달라”는 내용이다. 마지막 편지에도 일체 답은 없었다. 이후 석 달 만에 부도가 났다."

-최초 소송은 어떻게 진행됐나.

"2011년 말 부도로 회사문을 닫고 2012년 4월부터 소송에 착수했다. 처음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었다. 증거반박을 하면서 1년 가까이 진행 끝에 재판부에서 손해액 산정까지 들어가 다 이긴 줄 알았다. 근데 재판부 인사이동으로 담당 재판관이 바뀌고, LG디스플레이에서 낸 마지막 답변서에 우리가 반론을 안 한 게 실수였다. LG디스플레이는 자신들이 피고가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피고는 유리관을 쓰는 희성전자지, 우리는 희성전자에 업무지원만 해 줬다며 구매당사자가 아닌데 어찌 손해배상 당사자냐는 것이었다. 1심에서 기각 당한 후 항소,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현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희성전자와 구본식 부회장 등을 상대로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 중에 있다."

-형사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된 건가.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거짓말로 일관하는 희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보고 저희를 기망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민사에서 LG디스플레이는 우리가 자신들과 사업을 진행하기 전인 2008년 8월에 투자를 받았고 이미 공장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우리는 부동산 등기 상 부지확보가 2009년 3월 25일이고, 투자도 다 같은 해 3월 이후 일어났다.(개인투자 6월, 기관투자 9월)

또 독일 쇼트, 태국의 LLG, 벨기에 EMGO 등 3개사와 동시에 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쇼트사는 개발비용 50억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참여 못한다’고 답변한 자료가 그들의 내부에서 나왔다. LG디스플레이 내부회의록에는 ‘오렉스가 형광등 생산경험이 풍부해 태국 LLG이상의 품질을 기대하고 있다’고 해 놓고선 오렉스를 신뢰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프로젝트 진행할 땐 2009년 하반기부터 2011년도까지의 LG디스플레이 각 사업장별 부품 수급계획도 전면 공개하면서까지 신뢰를 주더니 180도 바뀐 것이다. 특히 우리가 용해로 짓기 전 15개월간 램프용 유리관의 납품단가를 1%도 못 내렸는데, 용해로 착공 이후 15개월간 50%를 내렸다. 이건 우리를 수입가 낮추는데 도구로 이용한 셈이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는 희성전자가 피고라고 그러고, 희성전자는 납품요청 지연 이유에 LG디스플레이 핑계를 대며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기죄의 요건으로서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더라.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LG가의 희성전자를 믿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희성전자의 과점주주 구본식·구본능에 편지도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들의 부작위와 기망행위로 오렉스가 부도나는 등의 피해를 입었으니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를 했지만 불기소 처분됬고, 현재 법원에 재정신청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조명업계에서 오스람과 필립스가 제일 무서워했던 게 오렉스였다. 조명사업만 했다면 매출 1천억원 정도 됐겠지만, 지금 공장은 폐쇄·경매가 진행 중이다. 직원 80여명은 뿔뿔이 흩어져 반이 실업자다. 또 이번 사건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도 자살했다. 나는 구본능·구본식이 처벌받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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