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도 ‘시중노임단가’ 적용 및 엉뚱한 직종 배치 용역비 절감 시도”
노동부, 기업은행에 시정권고 조치 내려, 기업은행 "권고 이행 방안 검토 중"

 ▲기업은행 본점. <사진제공: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IBK기업은행이 ‘본점시설 관리’를 위한 용역비를 아끼기 위해 ‘시중노임단가’를 엉터리 적용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전년도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거나 엉뚱한 직종에 편성하는 식으로 ‘용역비’를 절감한 것이다.

◇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미준수 

전국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 본점 지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1월 15일 A업체와 1년간 16억 규모의 본점 시설관리를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용역비를 산출하면서 정부 지침을 어기고 시중노임단가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올해가 아닌 전년도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 용역비를 산출한 것이다.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용역 노동자한테 ‘중소기업중앙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단순노무 종사원의 시중노임단가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예규에 따른 최저낙찰률을 곱한 금액 이상을 반드시 주도록 하고 있다.

2015년 시중노임단가(일급 기준)는 지난해 11월 발표됐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기업은행은 2013년 말에 발표된 2014년도 ‘시중노임단가’를 적용, 용역원가를 산정한 것이다. 2015년 ‘시중노임단가’는 전년 대비 4~5% 인상됐다.

▲ 기업은행이 2015년 '본점 시설관리 용역 계약' 당시 적용한 직종별 시중노임단가표다.  '시중노임단가'는 2014년도 노임단가를 적용했다. <자료제공: 전국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 본점 지부>

이에 따라 지난 1월 계약한 본점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은 실제 받아야 할 것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게 됐다. 예컨대 올해 일급 80,807원의 ‘시중노임단가’를 적용받아야 하는 전기정비원이 그보다 훨씬 적은 78,422원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용역비 ‘원가조사’를 의뢰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년도 것을 적용했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전국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 본점 지부 관계자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심상정 의원실에서 만난 김웅 전국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 본점 지부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원가조사’ 때문이라고 하나, 애초에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제대로 지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기정비원, ‘배선원’으로 배치 … 용역 노조 “용역비 절감 꼼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기업은행은 본래 업무보다 임금이 낮은 직종으로 분류해 용역비를 더 깍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정비원을 ‘배선원’으로 편성하거나, 기계관리직원을 ‘보일러조작원’으로 배치해 원가를 산출하는 식이었다.

이에 따라 2015년 기준 ‘시중노임단가’ 8만원대의 전기정비원은 ‘배선원’으로 편성돼 5만9,000원의 노임단가를 적용받았다. 또 9만3,769원대의 기계관리직원은 8만1,094원의 보일러조작원으로 분류됐다. 10만원 수준의 일당을 받는 전기팀장과 방재·감시팀장은 전기산업기사직(노임단가 9만1,105원)으로 편성됐다. 이렇게 본점 시설관리 용역자 40명 중 30명이 실제 일하는 업무와 다른 직종에 배치되면서 불이익을 입었다고 지부 측은 전했다.

전국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 본점 지부 측은 올 초 이 같은 문제를 포착, 용역업체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용역업체에서도 문제 해결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웅 본점 지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청에 정식으로 ‘용역계약 변경’을 요청해야 하는데, ‘을’인 하청업체 입장에선 문제 제기하기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6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서 만난 김웅 전국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 본점 지부장(사진)이 기업은행의 용역 계약 관련, 시중노임단가 적용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에 시설관리노조 기업은행 본점 지부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용역원가산출표’를 입수, 지난 8월 노동부에 “시중노임단가를 제대로 적용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말 용역 노조의 요구의 일부 받아들여 기업은행에 “개인별 주 업무를 기준으로 용역 예정 가격을 산정해 적용하라”고 시정권고를 내렸다. 현재 기업은행 측은 노동부의 시정권고 조치를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웅 지부장은 “기업은행의 권고 이행 방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 지부장은 “국책은행이라면 그에 맞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 해 당기순이익만 1조원에 달하는 은행이 얼마 되지 않는 용역노동자의 임금조차 깎으려고 이런 행각까지 하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기업은행이 다수의 ‘시설관리용역’ 계약을 대부분을 행우회 출자사에 몰아주면서 정작 그 밑에서 일하는 용역 노동자들의 처우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행우회란 기업은행 전 현직 임직원들의 친목도모 단체다. 기업은행은 이 행우회에서 출자한 회사인 ‘IBK서비스’에 영업점, 합숙소 등 각종 시설에 대한 시설관리, 주차, 미화 등의 용역을 수의계약 형태로 몰아주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권선주 행장은 이 행우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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