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퀄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AP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P시장의 공룡인 퀄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이들의 전략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 스마트폰 두뇌 AP, 자체시장만으로도 성장

AP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의 약자로, 모바일 등에서 앱을 구동하는데 쓰이는 처리장치를 뜻한다. 컴퓨터에선 CPU(중앙처리장치, Central Processing Unit)에, 사람으로 치면 두뇌에 해당한다.

이 같은 AP개발의 이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AP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필수로 탑재되는 주요부품인 만큼, 자체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용 모바일AP의 매출액은 204억2,800만달러로, 이 중 퀄컴이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 퀄컴에 울고 웃은 LG·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업체로서 AP개발은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좀 더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해 발생한 퀄컴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논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퀄컴은 지난해 스냅드래곤 810을 공개했지만, 발열 및 그에 따른 성능저하(쓰로틀링)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스마트폰 같이 첨단부품이 집적된 기기에서 특정부품의 발열은 주변부품에 영향을 끼쳐 전체 수명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자신들이 개발한 AP 엑시노스7420을 갤럭시S6에 탑재 출시했고,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노트5에도 엑시노스7422를 적용했다. 앞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선 퀄컴의 AP를 탑재, 또는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국내에선 엑시노스 시리즈를, 해외선 퀄컴 칩을 탑재해 출시한 것과는 상반된 전략이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1월 G플렉스 2에 발열논란이 가시지 않았던 퀄컴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또 지난 4월 G4에 이어 지난 10월 출시된 V10에선 810보다 전 모델인 808을 채택해 프리미엄 폰으로서 성능향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양 사의 이 같은 선택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세계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LG전자는 1분기 4위, 2분기 5위, 3분기에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 업체의 약진과 AP논란 속에서 제품의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업체가 AP까지 생산하게 되면 제품을 차별성 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질 수 있다”며 “올 한해 퀄컴 칩의 발열논란에 LG전자가 곤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LG, AP개발 어디까지 왔나

삼성전자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반도체 사업부도 갖고 있어 AP개발에 순조로운 모양새다. 기술개발 및 생산을 이원화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나름 저렴한 생산단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개발한 AP가 퀄컴의 제품보다 성능이 좋다면 프리미엄 폰에, 미흡하다면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AP에 LTE모뎀 칩을 통합한 원칩 솔루션 엑시노스8 옥타(8890)를 공개해 퀄컴과 어께를 나란히 할만한 위치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의 AP개발은 반도체 사업의 부재로 기술개발 및 단가 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없어 상대적으로 난항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AP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LG전자는 지난해 독자AP 뉴클런을 공개하며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G3 스크린’을 내놨지만,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현대에 넘어간 LG반도체의 존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인텔과 협업으로 개발했다고 전해지는 AP '뉴클런2'의 성능은 삼성의 엑시노스7420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자업계의 화두는 IoT(사물인터넷)으로, 스마트폰은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중심”며 “가전 등 전자사업을 계속 끌고 가기 위해선 스마트폰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AP개발에 역량을 투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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