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얼마 전 테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프랑스 파리에서 지금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고 있네. 2020년 이후 지구상 모든 국가에 적용될 '신 기후변화 체제(New Climate Regime)'를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 150개국 정상들과 UN 사무총장, 196개 ‘당사국’ 관료들, 전 세계에서 온 환경 관련 전문가 등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는구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면 자네도 지구의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한 이슈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대책을 만들기 위해 1988년에 설립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2014년 11월 덴마크 코펜하겐 당사국총회에서 펴낸 제5차 보고서에 의하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감축 없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세기 말(2018년~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1986~2005년에 비해 3.7~4.8℃ 오르고, 해수면은 63센티미터 상승한다. 그래서 IPCC는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0~70%까지 줄이고, 금세기 말까지는 온실 가스 배출을 없애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네.

1992년에 채택되어 1994년에 발효된 ‘기후변화협약’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196개국이 ‘당사국’으로 가입해서 1995년 이후 해년마다 온실가스 감축 논의를 위한 회의를 하고 있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비록 실패했지만,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시기를 최초로 설정한 국제협약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었네. 대부분 서양 선진국들이 대상인 협약 당사국들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의무적으로 평균 5.2% 감축하기로 합의했었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관세 장벽 허용 등 제제 조치도 포함된 강제력 있는 협약이었지.

하지만 교토의정서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대상이었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네. 교토의정서가 그 효력 발휘를 위해서는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서명한 55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서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했어. 미국은 처음부터 에너지 다소비형인 미국식 생활방식을 타협할 수 없다거나, 중국 등 개도국에 감축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거나,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결국 2001년 3월에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해버렸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러시아가 비준에 동의하여 2005년부터 의정서가 발효됐지만, 2011년 말에 캐나다가 탈퇴를 선언하고 2012년에는 일본과 러시아 등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포기한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교토체제는 유명무실해지고 말았지.

그래서 2010년대에 들어 다시 개도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국제적 논의가 시작된 거야. 그럼 이번에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여 지구를 살리는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선진국 중 1인당 연간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개도국이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네. 프란치스코 교황도 "생태의 위기와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대규모 파괴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고,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인들의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네. 그러니 이번 회의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문제는 이번 회의로 지구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거야. 각국이 이번 회의 전에 자발적으로 감축하겠다고 제출한 계획을 충실히 수행해도 2100년까지 평균기온이 2.7℃까지 올라간다고 하네. 그래서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폭을 높여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기 위해서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고 그 한계를 초과하는 국가나 기업을 처벌함으로써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더욱 강력한 조치들을 강구해야 하네. 아울러 우리들의 에너지 다소비적인 생활방식도 변해야 하고.

지구의 생태위기가 개인의 자발적 노력이나 양심에 호소하여 극복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나도 인정하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인류의 멸망을 기다릴 수도 없지. 우리 모두 다른 종(種)들과 자연의 가치를 무시하는 인본주의의 오만함(arrogance of humanism)에서 벗어나 ‘모든 것들(萬物)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주의 영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네. 우리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지구상에 살고 있는 많은 종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공경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보살피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만 해.

130여 년 전 미국 대통령 피어스가 한 인디언 부족이 오랫동안 살아온 땅을 팔 것을 제안했을 때, 그 인디언 추장 시애틀이 했다는 연설을 들으면서 마치고 싶네. “쑥독새의 외로운 울음소리나 한밤중 못가에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면 삶에는 무엇이 남겠는가? 나는 홍인(紅人)이라서 이해할 수가 없다. 인디언은 연못 위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부드러운 바람소리와 한낮의 비에 씻긴 바람이 머금은 소나무내음을 사랑한다. 만물이 숨결을 나누고 있으므로 공기는 홍인에게 소중한 것이다. 짐승들, 나무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숨결을 나누고 산다. 백인은 자기가 숨 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여러 날 죽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그는 악취에 무감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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