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손잡이 기업의 비밀' (사진= FKI미디어)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전경련의 출판자회사 FKI미디어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오랫동안 혁신을 이뤄온 글로벌 선도기업의 혁신 비결을 담아낸 ‘양손잡이 기업의 비밀’을 출간했다. 세 명의 저자는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일본 등 전 세계 4만km를 발로 뛰며 50개의 혁신기업과 50명의 글로벌 석학 및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기업으로 만들어줄 혁신의 비결을 들었다.

저자들이 만난 혁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혁신 비결에 대해 ‘실행력’을 얘기했다. 실행력은 지난 날 우리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실행 속도를 잃은 지 오래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실행력을 복원하고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저자들은 ‘양손잡이 전략’을 제시한다. ‘양손잡이 조직’이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탐색을 거듭하는 동시에 기존 핵심사업에서의 경쟁우위를 지켜내기 위해서 전력투구하는 조직”을 말한다. 즉 기존의 조직이 오른손이라면 혁신을 모색하는 조직은 왼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균형을 잡으며 유지와 파괴를 동시에 추구할 때 혁신 실행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9개월에 걸친 취재 여정에서 만난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핵심사업 강화와 신사업 탐색에 모두 능한 ‘양손잡이’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양손잡이 조직화’를 표방한 곳도 있고, 의식하지 않고 진행한 곳도 있었다. 공통점은 현재 혁신을 지속적으로 일궈내고 있는 조직은 예외 없이 미래를 빠르게 탐색하고 실험하는 린스타트업 형태의 조직을 최소한 따로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실험의 결과를 반드시 기존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인재개발과 투자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 여섯 가지 유형의 혁신기업

이 책에서는 양손잡이 기업들을 핵심사업군의 개수와 주요 사업포트폴리오의 생애주기에 따라 여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양손잡이 조직의 첫 번째 유형은 ‘일체형’ 조직이다. 한 조직 내에서 기존 사업과 신사업 탐색이 동시에 이뤄지는 조직으로 유연성이 가장 높은 경우다. SAP, 시스코, 시만텍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양손잡이 조직 유형은 ‘내장유닛형’으로 기업 내 별도의 유닛에서 신사업 탐색을 전담하되 본격 상업화 단계에서는 기존 사업과 통합되는 형태다. 이베이와 코닝, 기업솔루션업체 CA테크놀로지, 기능형 펌프업체 그런포스 등이 해당된다.

세 번째는 ‘내부분리형’ 조직으로 탐색부터 상업화까지 모든 단계를 기업 내 별도의 유닛에서 전담한다. 제록스가 대표적이며 ‘스텔스’ 전투기를 만든 록히드마틴의 극비 개발팀 ‘스컹크웍스’도 이에 가깝다.

네 번째로는 ‘인수·합병(M&A)형’ 조직으로 외부 기업을 인수 후 합병하는 방식으로 전체 사업구조를 바꿔간다. 잭 웰치 전 회장이 이끌던 시대의 GE나 네덜란드의 제약업체 DSM 등이 이런 사례다.

다섯 번째 유형인 ‘클러스터형’은 지역적 클러스터 내 기업들끼리 서로를 탐색해 필요할 경우 협력하는 형태다. 스웨덴의 룰레아네트워크, 덴마크의 사운드이노베이션네트워크, 네덜란드의 홀랜드하이테크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의존형’은 탐색에 성공한 다른 혁신 기업에게 생산설비나 자본을 대주는 유형이다. 마이크로 제조업체인 드래곤이노베이션, 크라우드 펀딩 기업인 킥스타터, 인디에고고 등이 이에 해당한다.

◇ 우리 기업에 맞는 양손잡이화 방법은?

이 책은 여섯 가지 양손잡이 조직화 유형을 소개하며 우리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양손잡이 조직화 전략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소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기업들의 ‘핵심 역량’을 분석한다면 내부분리형 양손잡이 조직화를 먼저 추구하는 것이 조직 균형 면에서는 타당하다. 하지만 저자들은 민첩한 혁신을 균형감 있게 실행하기 위해 여섯 가지 유형 중 하나를 택하지만, 혁신이 실행될수록 선택 유형은 다시 빠르게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내부분리형으로 시작하여, 내부일체형을 거쳐 멀티플랫폼 기업 못지않은 쌍끌이형 양손잡이 조직으로 거듭난 GE의 행보를 소개한다.

인수합병형, 혹은 클러스터형 양손잡이화를 시도해야 하는 중견·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혁신이 추구하는 목표치에 근접해갈수록 조정역량을 발휘해서,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필요한 실험조직을 갖추고 탐색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시대에 무엇보다도 ‘민첩하게’ 혁신을 실행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 산업, 기업이 좀처럼 과거의 민첩한 실행력을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GE, SAP, 시만텍, 에머슨 등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평가’하는 내부 회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업화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데 전혀 관계가 없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과 온갖 필요한 보고 자료들, 회의장 섭외에서부터 음료 준비까지.

이 책은 이런 관행들 때문에 혁신의 실행력이 점점 더 늦춰지고 있다고 꼬집으며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를 통해 민첩한 실행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경련의 출판자회사 FKI미디어 측은 “‘양손잡이 기업의 비밀’을 통해 혁신을 간절하게 원하는 우리 기업들이,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기업으로 만들어줄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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