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데리코 프레이레(한국명 김도훈) 오비맥주 대표이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도훈이라고 불러주세요.”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오비맥주 사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 오비맥주의 사령탑에 오른 그는 취임 후 현장과 내부임직원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자 한국 이름을 지어 주목을 끌었다. 이는 외국인 CEO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한국식 영업시스템에 녹아들겠다는 각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일각에선 이 같은 의지의 진정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선이 적지 않다. 수입맥주 라인 확대에 몰두하면서 주력 한국 브랜드인 ‘카스’의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높은데다, 최근엔 기존의 핵심 인사들을 물갈이하고 외국계 출신 인사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국 주류 기업의 정체성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는 지난해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에 재인수되면서 경영 지배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AB인베브는 그해 11월 자사 출신의 경영진인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사장을 오비맥주의 새로운 수장으로 앉히면서 지배체제를 강화했다.

◇ 프레데리코 체제 1년… 기존 영업 핵심 인사 물갈이

반면 오비맥주의 전성기를 이끈 장인수 전 사장은 부회장 승진과 함께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장 부회장은 옛 진로 출신 인사로, 지난 2010년 오비맥주에 영입돼 회사를 업계 1위로 올려놓는데 공을 세운 인물로 통한다.

프레이레 대표이사 체제가 자리 잡은 이후, 장인수 부회장과 함께 오비맥주를 이끌어온 옛 진로 출신 핵심들은 한직으로 물러나는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올 연말, 이들 중 상당수가 옷을 벗고 떠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옛 진로 출신 한태원·임은빈·장철순 전무는 명예퇴직 형태로 지난달 1일부로 퇴사했다. 한태원 전무는 ‘영업조직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권역본부장을 맡다가 지난해 말 특수영업본부장으로 발령 나면서 사실상 한직으로 밀려났던 인사였다. 임은빈 전무는 지난해 한 전무의 뒤를 이어 서울권역본부장을 맡았으나, 그 역시 1년 만에 회사를 떠나게 됐다. 

또한 영업과 유통을 담당해왔던 지점장급 인력 십여 명이 명예퇴직을 신청,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사내 주요 업무를 담당해 온 일부 팀장급 인력들도 옷을 벗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영업 핵심 인력들이 이탈한 가운데, 외국계 회사 출신 임원 영입이 이뤄졌다. 오비맥주는 최근 BAT코리아와 마이크로소프트, 하이네켄 코리아 등에서 근무했던 모상필 전무를 영입했다.

이처럼 국내 ‘영업통’ 인사들이 줄줄이 밀려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 주류 기업의 정체성이 약화되고 외국계 기업 체제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된 것이다.

◇ 수입맥주 확대 열중 … 국내 대표 맥주회사 입지 '흔들'?

더욱이 올해 들어 오비맥주가 전통 주력 브랜드인 ‘카스’ 대신 수입맥주 라인 확대에 몰두하고 있어, 이런 우려는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프레이레 사장의 취임 이후 오비맥주는 기존에 판매하던 버드와이저, 벡스, 산토리 등에 더해 공격적으로 수입라인을 강화해왔다.

지난 6월 영국 에일맥주 ‘바스’를 시작으로, 독일 밀맥주 ‘프란치스카너’, 룩셈부르크 ‘모젤’, 호가든 ‘로제’, ‘그랑 크루’, ‘포비든 프룻’, 중국 ‘하얼빈’ 등을 선보였다. 또 최근엔 모회사인 AB인베브의 대표 브랜드 ‘스콜’ 등의 출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주류업계에선 정작 국내 대표 맥주 브랜드인 ‘카스’의 개발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눈총이 상당하다. 또 수입맥주의 시장잠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오비맥주의 행보는 여러모로 업계의 뒷말을 낳고 있다. 

하지만 오비맥주 측은 “한국 대표 맥주 회사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반박 입장을 내놨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근 일부 임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퇴사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놓고, 일부에선 ‘한국기업의 정체성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데, 전혀 그런 의도는 갖고 있지 않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대주주가 바뀌자마자 사명부터 ‘AB인베브’로 바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브랜드 개발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입 맥주 강화는 제품 다각화 차원에서 실시된 것이고, 올 한 해 국내 신제품 개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올해만 OB브랜드로 필스너, 바이젠, 둔켈 등 3종의 국내 신제품을 출시했다”며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비맥주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해 변화 중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한국 대표 맥주 회사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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